[단독] 금융당국, 고정+변동 혼합금리 사실상 은행 고정금리 목표에서 제외했다

김상진 기자

ceo@alphabiz.co.kr | 2023-04-07 17:18:26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일 대구 수성구 DGB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상진 기자] 금융당국이 심각한 폐해로 지적되어 온 은행 가계대출 혼합금리를 사실상 고정금리에서 빼기로 방침을 정했다.

7일 알파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시중은행의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분할 상환 대출 목표를 전체 가계대출의 52.5%와 60.0%로 설정하면서, 혼합금리 가계대출은 사실상 고정금리 목표에서 제외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은행 가계대출 혼합금리, 혹은 혼합형 금리는 일정기간 대출형태를 고정금리로 유지하다가 일정 약정 기간이 지나면 변동금리로 자동 변경되는 대출 상품을 의미한다.

지난 정부 시절 금융당국이 5년 고정금리 뒤 변경금리가 적용되는 혼합금리 가계대출을 고정금리 관리목표 비율에 포함시킨 바 있다. 

 

그 결과 금리인상 시기 자동으로 전환된 고이율의 변동금리로 허덕이는 서민들을 양산하는 폐해를 유발시킨 대표적인 실패 금융정책으로 평가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혼합금리의 경우 고정금리 적용 기간에는 고정금리로 인정되고 변동금리 적용 기간에는 변동금리로 적용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변동금리로 전환된 혼합금리 가계대출은 고정금리 목표 52.5%에서 자동 제외되는 방식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지난 2월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진단 및 향후과제 세미나'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은 혼합금리 가계대출상품 판매를 통해 금융당국이 정한 고정금리 가계대출 목표치를 채우는 꼼수도 사실상 봉쇄될 전망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시중은행이 변동금리로 아무 일도 안 하면서 기준금리 인상마다 금리 인상만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오고 막대한 돈잔치도 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금감원의 혼합금리 제외 조치로 은행들도 파생상품 개발 등 다양한 수익원 창출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조금씩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은행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무리하게 점포 수를 줄이고, 과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영업 행태를 ‘약탈적 금융’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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