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증가’ 무색하게 반도체는 ‘최악’

임유진

qrqr@alphabiz.co.kr | 2023-03-31 17:23:36

쌓여있는 수출입 컨테이너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임유진 기자] 2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상승했다. 하지만 ‘트리플 증가’가 무색하게 반도체 생산은 14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가 109.4(2020년=100)로 전월보다 0.3% 올랐다.

전산업 생산은 지난해 10월(-1.1%)과 11월(-0.5%) 감소하다 12월(0.1%)과 1월(0.1%), 2월(0.3%)에 걸쳐 소폭 상승을 이어왔다.

다만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3.2% 줄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17.1%), 자동차(-4.8%) 생산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수출의 20%를 차지해 한국 경제 ‘대들보’ 역할을 하는 반도체 생산은 전월보다 17.1%, 1년 전보다 41.8% 급감했다. 전월 대비 감소 폭은 2008년 12월(-18.1%) 이후 14년 2개월 만에 최대다. 

 

삼성전자 직원과 이오테크닉스 직원이 양사가 공동 개발한 반도체 레이저 설비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재고가 쌓이면서 제조업 재고지수도 사상 최고다. 지난달 제조업 재고지수는 117.6으로 전월 대비 0.9% 증가했다. 이는 정부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통계청은 반도체 재고가 전체 재고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국내 산업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월 반도체 재고지수는 198.0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1월 92.7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제조업 재고율(출하 대비 재고 비율)은 전월 대비 0.7%포인트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120%를 웃돈 120.1%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 중이던 2021년 2월에도 국내 제조업 재고율은 92.8% 수준이었다.

제조업 생산 능력지수도 전월보다 0.2% 줄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1971년 통계 작성 이래 최장기간 감소다.

재고가 쌓일수록 경기 회복 속도는 느려진다. 국내총생산(GDP)은 생산의 합인 만큼 높은 재고율은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가 늘면서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이 부진에서 탈출할 조짐을 보이며 건설 기성(건축·토목 공사) 투자가 6%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도 108.4(2020년=100)로 5.3% 늘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6.4%)와 승용차 등 내구재(4.6%), 의복 등 준내구재(3.5%) 모두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작년 11월(-2.3%), 12월(-0.2%), 올해 1월(-1.1%) 등 3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달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기저효과와 대규모 할인 행사, 전기차 보조금 재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전월보다 0.4포인트(p) 올랐다. 작년 9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반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하지만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5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내렸다. 작년 7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생산과 소비, 투자가 늘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상승 전환했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하락 흐름이 컸던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소비가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 흐름을 좌우하는 반도체 부문이 호전될 기미가 나타나지 않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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