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진 기자
magicbullet@alphabiz.co.kr | 2024-04-19 08:03:36
[알파경제=이형진 기자] "쿠팡도 27년까지 3년간 물류 인프라 확충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산간과 도서 지역에 무료 배송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은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쿠팡의 투자를 인구감소지역 해법의 일환으로 관심을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죠.
◇ 쿠팡 물류, 인구소멸지역 해법?...C커머스 대응 고육책
쿠팡은 오는 2026년까지 향후 3년간 3조원을 투자해 충북 제천과 경북 김천, 대전·부산·울산 등 8곳에 신규 물류센터를 짓거나 운영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앞서 중국 이커머스 3총사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이른바 알테쉬의 맏형 격인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는 한국 시장에 앞으로 3년간 11억 달러(약 1조4874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쿠팡 지난 달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3010만 명으로 압도적 1위입니다. 그 뒤를 알리와 테무의 각각 약 818만 명(2위), 581만 명(3위)으로 무서운 속도로 뒤쫓고 있는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알리 463%, 테무 581% 각각 급증했습니다.
이길우 법무법인 LKS 대표변호사는 알파경제에 “중국 이커머스의 한국 상륙에 따른 위기감이 쿠팡의 대규모 물류 투자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투자계획을 인구소멸지역 해법으로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했습니다.
◇ 소멸지역 활성화에 쿠팡 물류?...“우체국 강화가 답”
쿠팡 퀵플렉스 배송기사들은 상품 입고 시 30kg을 넘는 중량물 제한 규정이 있습니다. 배송 물품이 30kg을 넘어서면 아예 배송입고 자체를 받지 않습니다.
일종의 노동자 보호 규정인데요. 이 같은 제한 규정은 인구감소·소멸지역 물류 배송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입니다.
한치호 NBNtv 수석전문위원(행정학 박사)는 “도서 산간에서 필요한 물류들은 30kg가 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 쿠팡의 중량물 제한규정으로는 공공물류인 우체국 물류를 대체할 수도, 대체해서도 안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물류 1위 CJ대한통운도 30kg이 넘는 고중량 농산물 등은 우체국 택배 연계서비스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한치호 박사는 “윤 대통령은 쿠팡 물류 투자를 소멸지역 해법으로 칭찬하기 전에 정부 소속인 우체국 물류 현황을 더 면밀히 파악했어야 한다”면서 “물류가 소멸지역 해법이라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우체국 물류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 했어야 맞다”고 지적했습니다.
◇ 머나먼 CJ...“쿠팡, 할 수 없이 자기자본 투입”
대신증권은 보고서에서 “올해 CJ대한통운 투자포인트는 알리익스프레스의 물량 증가, 테무(TEMU) 내 점유율 확대, 관계사인 CJ제일제당의 'K-Venue' 입점, 통관 물량 확장, CL사업 부문의 수익성 개선 등”이라며 “알리바바그룹과는 국내 물류센터 건립 초기 단계부터 협력하며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CJ대한통운은 압도적인 인프라와 최첨단 물류 기술을 기반으로 택배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갈 길 바쁜 쿠팡과 CJ대한통운이 맞손을 잡았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쿠팡은 자사 화장품 사업 때문에 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회 제소하고, CJ제일제당과는 햇반 전쟁 탓에 CJ그룹과 틀어진 상황입니다.
이현권 법률사무소 니케 대표변호사는 “쿠팡이 CJ와의 비즈니스를 공정위 고발같은 강공에만 의존하다 오히려 갈 길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재현 회장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쿠팡과 CJ대한통운과의 협업은 요원하다”고 전망했습니다.
결국 쿠팡의 실질적 오너인 김범석의 선택은 대규모 투자 밖에 없었던 것으로 읽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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