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구윤철 뒷북방미, 관세협상 역할 미미 전망…"오지 말래도 갔어야"

구 부총리 29일 美 워싱턴 출국…기재부 "통상 협상 총력 대응”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관세협상 패싱논란을 자초”

김영택 기자

sitory0103@alphabiz.co.kr | 2025-07-29 23:23:36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하기 위해 워싱턴DC으로 향하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귀빈실에서 나와 인터뷰를 위해 취재진 앞에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박남숙, 박미란, 김영택 기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에서 ‘뒷북방미’ 등 소극적인 대처로 비판을 받는 가운데,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미 관세 협상의 실질적인 마무리 작업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에 의해 스코틀랜드에서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구윤철 부총리의 오는 31일 베선트 재무장관 면담은 상견례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연합뉴스)

 

◇ 구 부총리 29일 美 워싱턴 출국…기재부 "통상 협상 총력 대응”

기획재정부는 "구 부총리가 29일 워싱턴으로 출국할 예정이며, 남은 기간 현지에서 통상 협상에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본부장은 이미 미국 협상단의 스코틀랜드 방문 일정에 맞춰 유럽으로 이동해 관세 협상 최종안을 전달하고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 24~25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이틀 연속 통상 협상을 진행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협상단이 25~29일 스코틀랜드를 방문하는 일정에 맞춰 현지로 이동했다.

실질적인 협상 권한을 가진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본부장이 스코틀랜드까지 쫓아가 최종 협상안을 전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한국 정부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오는 31일 구윤철 부총리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갖는 회담은 이미 마무리된 협상 결과를 확인하는 ‘형식적 절차’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한국과 미국은 25일 구 부총리와 여 본부장, 베선트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여하는 '2+2 통상협의'를 계획했으나, 미국 측이 베선트 장관의 '긴급한 일정'을 이유로 돌연 연기를 통보했다.

이후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본부장이 미국 현지에서 실무 협상을 주도하며 협상 동력을 유지해왔다. 미국 협상단이 스코틀랜드로 이동하자 한국 협상진도 이를 따라 유럽으로 향해 협상을 지속한 것이다.

한치호 경제평론가 겸 행정학 박사는 알파경제에 "미국과의 관세협상 큰 줄기를 포함한 협상안은 이미 스코틀랜드에서 거의 확정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31일 베센트 재무장관과의 회동은 최종담판보다 잘 부탁한다는 정도의 상견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조현 외교부 장관, 구윤철 경제부총리,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관세협상 패싱논란 자초"

미국은 다음 달 1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에 상호 관세 25%를 부과할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이 강조하는 조선업 협력 강화와 대미 투자 확대 방안을 핵심 협상 카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은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 역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협상 타결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바 있다.

강관우 전 모건스탠리 이사 겸 더프레미어 대표이사는 "이번 관세협상은 미국이 갑 우리나라가 을이었다"면서 "의전부터 따지는 구식보다는 협상장에서 죽겠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 했어야 좋았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대표는 "산업장관과 통상본부장이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스코틀랜드로 날아가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금 구 부총리가 31일 막판협상은 커녕 하나마나한 대화를 나눌 공산이 커졌다"고 꼬집었다.
 

윤용필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구윤철 경제 부총리가 관세협상 패싱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대처해야 한다"면서 "이메일 통보에 공항서 발길을 돌리지 말고 국익이 걸린 사안의 중요성을 생각해 미국으로 무조건 달려가 협상을 요구했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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