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제작국
press@alphabiz.co.kr | 2025-05-08 16:55:31
[알파경제=영상제작국]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8개월 연속 확대되며, 공시제 도입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부 은행은 공시가 시작된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들이 서민 경제 부담 완화를 위한 금리 인하의 혜택을 독점하며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8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이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38~1.55%포인트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한 수치입니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의 예대금리차가 1.55%포인트로 가장 컸고, 이어 신한(1.51%포인트), KB국민(1.49%포인트), 하나(1.43%포인트), 우리(1.38%포인트)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3월 예대금리차는 공식 집계가 존재하는 2년 9개월 중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통상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금리가 빠르게 내려가면서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것이 정상적인 경제 흐름입니다. 하지만 한국 은행들은 예금금리는 빠르게 인하하면서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시키는 이중적 행태로 마진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2월과 비교할 때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한 달 사이 각각 0.03%포인트에서 최대 0.16%포인트까지 더 벌어졌습니다. 금리 인하 기조가 명확한 상황에서도 신규 대출금리를 쉽게 내리지 않는 은행들의 행태는 서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지침을 핑계로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러한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월례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 억제 과정에서 금리를 내리지 말라고 얘기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기준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출금리도 내려야 할 때"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대출금리가 내려가는 속도가 적당한지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예대금리차 확대는 은행들의 사상 최대 이익으로 직결됩니다. 은행들의 이자 장사가 서민들의 부담을 키우는 동시에 은행 수익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작년 4대 금융지주는 연간 이자이익 42조원, 당기순이익 16조 원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7월 도입된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는 소비자 권익 보호와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시행됐습니다. 그러나 제도 도입 3년차인 현재, 당초 기대했던 효과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은행들은 신용도가 높은 대출 비중을 늘리는 '꼼수'를 통해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금까지 구축한 제도적 장치가 은행들의 이윤 추구 행태를 실질적으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은행들의 행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조차 "대출금리가 내려가는 속도가 적당한지" 점검하겠다고 언급하는 상황은 현 예대금리차 공시제도의 한계와 더 강력한 규제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은행들은 '꼼수'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금융기관으로서 서민 경제 안정에 기여해야 합니다. 금리 인하의 혜택이 은행만이 아닌 소비자에게도 충분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 알파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