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 기자
kei1000@alphabiz.co.kr | 2026-04-07 17:01:50
[알파경제=이현조 손해사정사 겸 하늘손해사정법인 대표] 최근 국내 보험사의 평균 보험금 부지급률(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한 건수 대비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한 건수의 비율)이 1%대 초반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수치만 보면 보험사가 100명 중 99명에게 순조롭게 보험금을 내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쟁의 핵심인 '의료자문' 단계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의료자문 후 부지급률은 무려 50%를 상회하기도 한다.
이에 금융감독원과 대한의사협회가 손을 잡고 소비자가 제3의료자문 기관으로 의협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객관성을 담보해 소비자의 불신을 씻어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료자문 제도의 근본적인 병폐를 도려내지 않은 채 자문 기관의 간판만 바꾼다고 해서 실질적인 소비자 권익 보호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진정한 제도 개선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세 가지 맹점이 존재한다.
◇ 통계의 함정, 부지급률이 가린 '삭감률'의 횡포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부지급률이라는 지표 자체가 지닌 착시 효과다. 현행 통계는 보험금 청구 금액을 대폭 삭감해 지급하더라도 '지급 건'으로 분류한다.
최근 실손의료보험에서 급증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입자가 입원 치료 후 1000만 원의 입원의료비를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자체 의료자문을 근거로 입원의 필요성을 전면 부정하고 통원의료비 한도인 20만~30만 원만 쥐여주는 식이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청구액의 97%를 떼인 '사실상 지급 거절'이지만 통계표 위에서는 버젓이 '정상 지급'으로 둔갑한다.
부지급률 통계에 가려진 '보험금 삭감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지 않는 이상, 1%라는 수치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통계적 환상에 불과하다.
◇ 관리받는 자문의 vs 무시당하는 주치의
의료자문 불신의 근본적 원인은 자문 절차의 구조적 비대칭성에 있다.
보험사는 자문 병원과 의사를 관리하기 위해 전담 직원을 배정하고 자문의의 경조사까지 챙기는 등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반면, 환자를 직접 대면하고 치료한 주치의의 진단서나 소비자 측이 제시하는 타 병원의 장해평가는 철저히 무시당하기 일쑤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보험사의 VIP 대우를 받는 익명의 자문의와 개인이 발품을 팔아 확보한 주치의 진단서가 어떻게 대등한 위치에서 평가받을 수 있겠는가.
자문 병원 선택권을 넘기기에 앞서, 보험사와 특정 병원 간의 유착 고리를 끊어내고 환자를 직접 진찰한 주치의의 소견을 우선시하는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
*시론_이현조 손해사정사 겸 하늘손해사정법인 대표
- 하늘손해사정법인 대표손해사정사
- 저서 : 보험의 새로운 패러다임 빌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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