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임종윤 사장, 한미·OCI 통합 '을사늑약' 비유에 송영숙·이우현 회장 대노

김영택 기자

sitory0103@alphabiz.co.kr | 2024-02-22 16:45:11

(사진=한미약품)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가족간 감정싸움이 날로 격해지고 지고 있다.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 통합을 ‘을사늑약(乙巳勒約)’에 비유하자, 통합 당사자인 송영숙 회장과 이우현 회장이 극대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1일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과 차남인 임종윤, 임종훈 사장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 신청 심문 기일이었습니다. 이날 오전 양측은 입장문을 내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죠.

임종윤 사장은 입장문에서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의 통합을 밀약으로 지난 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과 체결한 을사늑약에 비유했습니다. OCI홀딩스가 일본이며, 한미약품그룹이 대한제국에 빗댄 겁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는 최상위 지주사에서 자율권을 빼앗긴 중간지주사로 전락함으로써 경영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한미사이언스를 다른 지주사의 중간지주사 내지 자회사로 전락, 편입시키는 결정은 곧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권을 양도하는 경영권 상실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OCI홀딩스에 편입되는 동시에 한미약품의 전통과 가치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대주주로서, 창업주의 아들로서 한미약품그룹의 추락과 멸망을 방관하지 않겠다"며 "아버지를 생각하고, 한미약품그룹의 역사를 일군 동료, 선후배들의 뜻을 새기며, 10만 주주의 권익을 위해, 저는 나쁜 아들과 오빠가 되기로 마음먹고 낯뜨거운 가족 분쟁을 감수하기로 했다"고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 역사의 치욕적인 을사늑약 비유는 한미약품 구성원은 물론 주주들에게도 현 상황을 직시하고, 문제제기를 통해 힘을 실어 달라는 것으로 풀이 됩니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은 “모녀가 ‘상속세 납부재원 마련’이라는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한미사이언스를 통해 OCI그룹에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다는 임종윤 사장측의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임종윤 사장은 유동성 문제 해결과 R&D 명가 재건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신주발행을 통한 OCI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는 한미약품그룹의 재도약을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미약품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의 통합을 민감한 국민정서인 을사늑약에 비유했는데, 송영숙 회장과 이우현 회장이 기분이 좋겠냐”면서 “심기가 상당히 불편할 것이며, 자칫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측이 입장문을 통해 감정에 호소한 반면, 저희는 OCI홀딩스에 대한 신주발행과 재무구조 개선, R&D 재원확보 등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한 내용들 중심으로 설명했다”면서 “(임종윤 사장측의 을사늑약 비유와 관련) 최고경영자의 입장이나 기분을 저희가 알 수 없고, 상식적인 측면에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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