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식 기자
ntaro@alphabiz.co.kr | 2025-05-12 16:45:47
[정리=김교식 기자] 예전일이다. 동양의 민주주의는 서양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싱가포르의 리콴유는 고집하다가 1994년, 포린어페어라는 국제정치 학술잡지를 통해 김대중한테 엄청 깨졌다. 이게 저 유명한 '아시아적 가치논쟁'이었다.
김대중의 주장은 간결했고 또 명확했다. 서구에 근대 민주주의의 기초를 놓은 ‘사회계약론자’인 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로크가 있다면 동양에는 이보다 2천년을 앞선 ‘맹자’가 있다,
맹자는 왕이 악정을 펼치면 백성은 봉기하여 왕을 죽일 수도 있다고 했다, 라는 과격(?)한 이론까지 소개했다. 더 나아가 한국의 토착신앙 동학을 설명하며 ‘인간이 곧 하늘(人乃天)’이라는 사상까지 설파했다.
김대중의 주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가 보는 아시아는 민주주의적 전통을 충분히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각성된 민중의 힘 때문에 미래를 낙관한다. 더 나아가서 도래하는 새로운 미래의 정치질서에 대한 예언자적 정치철학까지 드러낸다. 바로 포린어페어 기고문 제3장의 ‘지구적 민주주의를 향해’가 그것이다.
그는 서양과 동양의 민주주의적 전통과 양쪽의 장점이 서로 합치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민주주의적 비전을 제시한다. 탁견(卓見)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하늘과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참다운 형제애로 감싼다는 의미의 지구적인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새벽에 집권당이었던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전격적으로 후보자리에서 끌려 내려와 역시 유구한 역사의 쿠데타 정당임을 입증했다고 언론이 호떡집 불난 취급하며 쪼아댔다. 팩트와 함께 진실을 전해야 하는 언론이 백화점 나열식으로 보도한 과거는 반성하지 않고 껀수 물었다, 식이다.
하여튼 30년 전 김대중의 저 탁견을 정치인들이 배웠다면, 도구로서 정치인의 역할을 고민했다면, 이 아수라판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의 '정치인 도구론'이 나왔을게다.
이재명 도구론은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도구로서 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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