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법적 근거 없이 인허가 발목”…세운4구역 주민들, 국가유산청 행정 폭주 규탄

​종묘 앞은 안 되고 강남 선릉 앞은 되나…형평성 잃은 이중잣대 비판
22년째 표류에 월 이자만 20억…“주민들 생존권 벼랑 끝에 몰려”

이고은 기자

star@alphabiz.co.kr | 2026-05-14 16:37:27

14일 서울 종로구 종묘 건너편 세운상가 앞에서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 관계자 등이 재개발 구역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유산영향평가 행정명령에 대해 규탄하며 국가유산청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 = 이고은 기자]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 국가유산청의 갑작스러운 세계유산영향평가 요구로 제동이 걸리자, 참다못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법적 근거도 없는 평가를 강제하며 20년 넘게 지연된 사업의 숨통을 또다시 조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는 14일 국가유산청의 행정폭주에 대한 세운4구역 주민 입장문을 내고 국가유산청의 부당한 인허가 개입 중단과 세계유산영향평가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종묘 건너편 세운상가 앞에서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 관계자 등이 재개발 구역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유산영향평가 행정명령에 대해 규탄하며 국가유산청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민들은 입장문을 통해 “국가유산청이 법률상 의무가 없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강제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적 인허가 방해 행위”라며 “인허가가 임박한 시점에 유네스코의 권고를 명분 삼아 서울시장과 종로구청장의 정당한 자치권을 침해하며 행정의 신뢰를 밑바닥부터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세운4구역은 지난해 10월 서울시 재정비촉진계획 결정 변경 고시에 이어 지난 3월 서울시·종로구 통합심의까지 통과하며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눈앞에 둔 상태였다.

주민들은 국가유산청이 이미 2017년 세운지구가 심의 대상이 아님을 고시했다는 점을 앞세웠다. 또 지난 2023년에도 더 이상 협의 의무가 없다고 공식 회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종로구에 딴지 거는 공문 남발을 비판했다.
 

3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이종훈 국가유산청 역사유적정책관이 '세운4구역 내 유적 발굴조사 및 무단 현상변경 현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행정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강남·북 이중잣대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들은 “세계문화유산인 강남 선정릉에서 불과 250m 떨어진 곳에는 151m 높이의 포스코센터와 154m의 DB금융센터 건립을 허용해 놓고 종묘에서 600m나 떨어진 세운4구역만 문제 삼는 것은 명백한 행정 편의주의이자 차별”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3월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평가를 받지 않으면 오는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종묘가 보존 의제에 오를 수 있다”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공문 언급을 두고 주민들은 해당 공문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세운4구역을 억지로 정치적 쟁점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3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세운4구역 내 불법행위 및 사업시행 인가 중단'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심각한 것은 오랜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피폐해진 주민들의 삶이다. 2004년 시작된 재개발 사업이 22년째 첫삽조차 푸지 못하면서, 금융비용을 포함한 누적 사업비는 약 8000억 원에 달하고 매월 감당해야 할 이자만 20억 원을 넘어선 것을 전해진다.

주민들은 “이대로 멈춰 선다면 원주민들은 모두 깡통 토지주로 전락해 거리에 나앉을 위기”라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주민대표회의는 “국가유산청은 더 이상의 부당한 사업 방해를 즉각 중단하고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법과 원칙에 따라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알파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