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고팍스 인수 2년 만 '고파이' 상환 외면

류정민 기자

hera20214@alphabiz.co.kr | 2025-05-08 16:14:03

 

[알파경제=류정민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 당시 약속했던 '고파이' 예치금 상환을 이행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2년 전 고팍스를 인수하며 고파이 예치금 상환을 약속했던 바이낸스가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투자금 미지급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피해 규모는 처음보다 두 배 이상 불어난 상황이다.

 

디센터가 입수한 지난해 4월 8일 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바이낸스 임원은 "크립토 바스켓을 사용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고파이 미지급금을 상환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지금은 리더십 팀을 내부적으로 설득하기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바스켓으로 사용자들을 보호하려 해도 회사는 결국 살릴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크립토 바스켓은 바이낸스가 2023년 고파이 고객 상환을 위해 조성한 상환 재원으로, 약 566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이낸스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신고 수리 지연을 상환 지연의 이유로 들고 있다.

 

바이낸스가 해외에서 자금세탁 혐의로 수천억 원대 벌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바이낸스가 이를 명분 삼아 상환을 유보하고 있으며, 그 사이 투자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팍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미지급 피해 금액은 2023년 말 약 620억 원에서 2024년 말 1479억 원으로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바이낸스가 고팍스 전 주주들에게 주식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바이낸스 임원은 녹취록에서 "새로운 투자자들의 조건은 기존 주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고팍스 전 주주는 "창펑자오 전 바이낸스 최고경영자가 주식 대금 지급을 유예하지 않으면 고팍스를 파산시키겠다고 협박해 결국 요구를 들어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바이낸스 측은 "고팍스는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고 부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규 투자자 유치를 위해 기존 계약 조건에 대한 재협의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현재까지 고파이 부채의 약 25%를 선지급했고, 신규 투자자 유치와 자금 지원 등 고팍스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팍스는 지난 4월 중순 이준행 전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고팍스 측은 이 전 대표가 바이낸스에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공동 주주들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절차를 진행했으며, 2023년 고파이 채무를 상환하겠다는 조건으로 체결된 계약에도 부당한 조항이 포함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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