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사실상 무산...산업은행 직권남용 수사 가능성↑

김상진 기자

ceo@alphabiz.co.kr | 2023-05-30 15:59:19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상진 기자]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소송까지 검토하면서 양사 합병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HDC산업개발의 인수 포기 시점부터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과정에서 산업은행에 모종의 외압이나 윗선의 지시 등이 작용했는지 등을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이동걸 전 산업은행장. (사진=산업은행)


◇ 이동걸, HDC산업개발 인수포기 후 대한항공 찾아가

전대규 전대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알파경제에 “이동걸 전 산업은행장이 직접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을 찾아가 아시아나 인수 의사를 타진하는 등 인수작업을 수의 계약 형태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법조계 일각에서 직권남용 가능성이 여러 차례 대두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대규 대표는 이어 “한동훈 법무장관 등은 전 정부 시절 직권남용을 광범위하게 적용한 전력이 있는 만큼 산업은행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합병 절차도 충분히 문제 삼을 여지가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해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던 인수위원회 시절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치호 NBNtv 수석전문위원은 “분단국가이자 북한을 주적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 전시계획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 2개와 국적 선사 2개가 전시물자 수송에 바로 전환·투입한다”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 한진해운과 현대해상 통합 때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경제팀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부실 규모가 더 큰 현대해상에 한진해운을 흡수합병시키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HMM으로 이름을 바꾼 현대해상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게 되자 박근혜 경제팀의 무책임한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았었죠.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진=대한항공, 아시아나)


◇ 문재인 정부, 신중론에도 아시아나 매각 속도전

이 같은 과정 때문에 알짜배기 아시아항공 매각에 대한 신중한 접근론이 다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HDC산업개발이 포기하자마자 대한항공을 인수후보자로 낙점한 거죠.

당시 산업은행의 입장은 ‘인수대상이 없다’였습니다. HDC산업개발과 인수전에서 경쟁하던 재벌기업은 신세계 그룹 등이 있었죠.

이길우 법무법인LSK 대표변호사는 “대통령이기 이전에 법률가이자 검사 윤석열의 눈에도 대형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 건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독단으로 처리했음을 의심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라며 “특히 미국 법무부가 해당 합병에 반대하는 소송을 진행할 경우 합병무산은 물론, 검찰 등 수사기관의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습니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이라는 명목 아래 정권 차원의 일자리 창출 등에 일조한 전력이 있습니다. 최근 한화오션으로 이름을 바꾼 대우조선해양도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친정부 낙하산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죠.

그 이면에는 본인들 일자리도 알뜰살뜰하게 챙겨간 대주주 산업은행의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물론, 곶감 빼먹듯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한화오션 노조 달래기용으로 무리한 친화 정책을 쓰면서 회사는 멍이 들대로 멍이 들었죠.
 

아시아나 인수 노렸던 호반건설. 사진은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창립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호반건설)


◇ 산업은행, 아시아나 합병 무산 전망마다 알러지 반응

시선을 돌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올 경우 격하게 반응하기 일쑤입니다.

호반건설이 발을 빼기 직전까지 관련 부정적 기사만 나오면 호반그룹 작업설 등을 들먹이면서 취재 압박을 가한 쪽도 대한항공보다 산업은행이었으니까요.

지난 해 말 호반건설이 9개월 만에 한진칼 지분 5%를 하림그룹의 해운 계열사인 팬오션에 전격 매각하면서 700억원 가량의 손해마저 감수했었죠.

2대 주주인 팬오션이 언감생심 아시아나를 넘보기에는 본인들 사정이 벅찹니다. 그냥 투자용도라고 봐도 무방해서 산업은행이 부정적 기사의 배후로 어디 타깃을 두고 공격하기도 애매합니다.

우기훈 뮤레파코리아 수석파트너는 “글로벌 경쟁기관의 합병 승인 절차가 어렵다는 사실을 대한항공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EU에 이어 미국까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면 산업은행도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고 새로운 대안 찾기에 집중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항공 경쟁시장의 글로벌 룰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구조조정 성과에만 집착하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생겼습니다. 산업은행은 물론 기획재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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