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공정위 조사 중 PC대거 교체...법원 "증거인멸 적용 안돼"

유정민

hera20214@alphabiz.co.kr | 2023-06-20 15:57:36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진=HD현대중공업)

 

[알파경제=유정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던 중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HD현대중공업(옛 현대중공업) 임직원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박병곤 판사)은 20일 증거인멸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A씨 등 HD현대중공업 상무 2명과 차장 1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 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증거인멸의 고의가 명백히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어떻게 보면 검찰 수사보다 훨씬 중요한 공정위 조사를 방해했지만 증거인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증거인멸죄로 처벌하긴 어렵다"며 "이는 하도급법상 조사방해행위를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만 보는 법체계에 따른 부득이한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7~8월 하도급법 위반 관련 공정위 직권조사와 등에 대비해 PC 102대, 하드디스크 273대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증거를 대규모로 인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9년 12월 공정위는 당시 HD현대중공업이 2014∼2018년 사내 하도급업체에 선박과 해양플랜트 제조작업을 위탁하며 하도급 대금 감축을 압박하고, 계약서도 작업 시작 후 발급했다고 판단해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하고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공정위는 증거를 인멸하며 조사를 방해한 HD현대중공업 법인에 1억원, 직원에게 2천500만원의 과태료를 별도 부과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에 관한 형사 조치는 하지 않았다. 이에 2020년 6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이를 문제 삼아 검찰에 고발했다.

이날 1심 판결과 관련 HD현대중공업 측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직원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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