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숙 기자
parkns@alphabiz.co.kr | 2025-06-12 07:00:01
[알파경제=박남숙 기자]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우려가 커지며 한국 주식시장은 2023년부터 진행된 글로벌 AI 랠리에서 소외됐다.
2022년 11월 OpenAI가 ChatGPT를 공개하면서 AI 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대됐고, 미국을 중심으로 AI 랠리가 시작됐다.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엔비디아가 주도주 역할을 했으며, AI 반도체 밸류체인에 속하는 기업들 전반이 큰 폭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한국은 SK하이닉스 등 일부 HBM 관련 기업들이 AI 수혜주로 부각됐으나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HBM 납품이 지연되며 주식시장 전체적으로는 수혜 기대가 제한됐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동기간 나스닥은 물론 대만(TSMC), 일본(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 주식시장 대비로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초 딥시크 쇼크로 미국 외 국가의 고성능 AI 개발 기대감이 나타났으나 이 때도 한국형 AI를 개발하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종 주가 상승은 제한됐다.
◇ 1990년대 인터넷 산업 성장 늦었던 한국
NH투자증권에 따르면, AI 기술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우려가 커지며 글로벌 AI 랠리에서 소외된 한국은 과거 인터넷 산업 성장도 늦었다.
당시 산업 후발주자면서 열악한 인터넷 인프라, IMF 외환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1998년 이후 빠르게 성장했는데, 이는 인터넷 대중화, 김대중 정부의 IT 산업 육성, 그리고 유동성 환경 개선이 성장 트리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대중화는 인터넷 서비스 수요 확대로 이어지며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다양한IT 기업들의 등장 배경이 되었고, 이 기업들이 다시 인터넷 산업을 성장시켰다.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AI 대중화의 시발점이 된 가운데 한국에서도 다양한 AI 기업 및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언 "기술의 대중화는 인터넷 산업 성장 당시와 마찬가지로 향후 정책 및 유동성과 맞물리며 한국 AI 산업 성장의 큰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김대중 정부가 IT 산업 육성에 힘썼듯 AI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한국형 AI 개발, R&D 확대, AI 인프라 구축 등을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의 열악한 AI 산업 환경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이다.
지난 1995년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1998년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유동성 환경 개선은 인터넷 산업 성장의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했다.
2025년 Fed는 Hard Data의 둔화를 반영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할 전망이며, QT(양적긴축) 역시 종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한국은행은 하반기에도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전망이다.
이상준 연구원은 "이러한 금리 전망은 한국형 AI 성장주 주가에 정책 기대감과 더불어 유동성 환경 개선이라는 추가 상승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하반기 한국형 AI 성장주에 주목
현재 한국 AI 산업은 기술의 대중화, 정부의 산업 육성책, 그리고 유동성 환경 개선의 측면에서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산업 성장 당시와 환경이 유사하다.
이상준 NH투자연구원은 "하반기 한국형 AI 성장주(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물론 학습효과로 인해 극단적 버블 및 급락 형태가 나타나기는 어렵지만 기술의 확장성에 따라 합리적 수준의 미니 버블 발생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상준 연구원은 "시장 구조상 벤처·중소기업의 비중이 코스피 대비 높아 정책 모멘텀이 더 크게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차기 정부의 AI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과 Fed의 금리 인하 지연 우려는 한국 AI 모멘텀의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1호 공약이 AI 산업 육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책 기조가 변하거나 추진 동력이 약해지진 않을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연준의 경우에도 관세로 인한 물가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2019년과 마찬가지로 하드 데이터(Hard Data)의 둔화를 반영해 하반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여 한국 AI 모멘텀의 약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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