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5년 누적 적자만 5300억원, ‘할인의 늪’ 빠진 하림 김홍국의 더미식

매출 1000억 돌파했으나, 영업손실 1467억 ‘사상 최대’
1+1 상시 할인에…“제값 주면 손해” 프리미엄 이미지 훼손

문선정 기자

moonsj@alphabiz.co.kr | 2026-06-17 09:03:58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문선정 기자] 하림산업의 프리미엄 간편식 브랜드 ‘더미식(The 미식)’이 출범 5년을 맞았으나, 적자가 매년 증가하면서 누적 손실만 5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급화 전략을 내세웠지만 ▲완강한 가격 저항 ▲과도한 마케팅 비용 ▲유통 현장의 상시 할인 행사가 맞물리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생성형 AI 제미나이)

◇ 매출 5배 컸지만…적자 폭도 매년 ‘눈덩이’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산업의 2025년 매출은 1094억 원을 기록하며 브랜드 출범 이후 처음으로 1000억 원 고지를 넘어섰다. 2021년 매출과 217억 원과 비교하면 5배 이상 급성장한 수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상처뿐인 영광이다.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적자가 불어나는 속도가 더 가팔랐다.

2021년 589억 원이었던 영업손실은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에는 1467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쌓인 누적 적자만 약 5300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만성 적자로 인해 하림산업의 재무 부담도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1년 60.6% ▲2022년 110.6% ▲2023년 124% ▲2024년 226.7%로 치솟았다.

현재는 모기업인 하림지주가 유상증자와 자금 대여를 통해 끊임없이 수혈하며 버티는 구조다.

 

이에 대해 하림산업 한 관계자는 "더미식과 푸디버디는 각각 론칭 5년차, 3년차를 맞은 성장 단계의 브랜드로, 신규 사업 확대와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과정에서 초기 투자비용 및 고정비가 증가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 ‘프리미엄’ 족쇄 된 고가 정책…‘킬러 콘텐츠’도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하림의 구조적 부진 원인으로 가장 먼저 ‘시장과의 불화’를 꼽는다.

하림은 "자연 고유의 맛을 담았다"며 기존 라면이나 즉석밥보다 1.5~2배 비싼 고가 정책을 고수했다.

하지만 고물가 기조 속에서 가성비를 쫓는 대중 소비재 시장의 완강한 ‘가격 저항선’을 넘지 못했다.

이미 농심, 오뚜기, CJ제일제당 등 전통 강자들이 과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톱스타 모델을 기용하고 대규모 광고를 쏟아붓다 보니 막대한 마케팅비와 고정비 부담이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라면으로 시작해 즉석밥, 국·탕·찌개, 만두, 튀김 등 100여 개가 넘는 제품군으로 무리하게 영토를 확장한 것도 패착으로 분석된다.

카테고리는 넓어졌지만 시장을 선도하는 ‘메가 히트 상품(킬러 콘텐츠)’이 없다 보니 브랜드 집중도가 흐려졌다.

실적 부진의 책임으로 최근 5년간 식품사업부 수장이 4명이나 교체되는 등 경영진의 잦은 인사 이동도 일관된 전략 실행의 발목을 잡았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 ‘1+1 덤핑’의 부메랑…‘가격 닻 내리기’ 효과의 변질

가장 큰 우려는 유통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시 할인 행사다.

현재 대형마트나 e커머스 채널에서는 더미식 제품의 1+1 혹은 반값에 가까운 고강도 프로모션이 수년째 일상화되어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브랜드에 치명적인 독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뇌리에 더미식은 정가로 사면 손해인 브랜드라는 인식, 즉 변질된 ‘가격 닻 내리기(Anchoring)’ 효과가 박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급 원재료를 강조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놓고 유통 현장에서는 재고 소진을 위해 ‘덤핑’에 가까운 할인을 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프리미엄의 지위를 잃고 일반 간편식 브랜드들과 매대에서 저가 진흙탕 싸움을 벌여야 하는 매스티지(Masstige·준프리미엄)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하림은 할인을 멈추면 매출이 급감하고, 할인을 유지하자니 수익성이 악화되는 ‘할인의 늪’이자 출구 없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김응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열위한 시장지위로 인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림산업의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당분간 외부의존적인 현금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수현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주임교수는 “가장 경쟁력 있는 탑티어 제품 몇 가지에 역량을 집중해 ‘노세일(No-Sale)’로도 소비자가 찾는 강력한 브랜딩을 재구축해야 한다”면서 “또 합리적인 가격대의 실속형 서브 브랜드를 이원화해 운영하는 등 가격 포지셔닝을 재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알파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