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금지성분 알고도 2080치약 늑장 회수…결국 식약처 행정처분 예고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1-20 15:39:37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애경산업이 국내에 들여온 2080치약 수입제품(6종) 870개 제조번호 중 754개 제조번호에서 트리클로산이 최대 0.16%까지 검출됐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애경산업이 중국에서 생산해 수입한 '2080 치약' 일부 제품에서 국내 사용이 금지된 '트리클로산' 성분이 검출돼 당국이 회수 조치에 나섰다.

식약처는 애경산업이 해당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도 법정 기한 내에 보고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하고 행정처분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일 서울지방식약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애경산업이 수입·판매한 '2080 치약' 6종의 870개 제조번호 중 754개에서 트리클로산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검출량은 최대 0.16% 수준이다. 트리클로산은 치주질환 예방 등을 위한 보존제로 사용되나,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구강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된 성분이다. 다만 애경산업이 국내 공장에서 직접 제조한 128종의 치약에서는 해당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 이번 혼입 사고는 중국 현지 제조소인 '도미'의 제조 설비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준수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도미 공장이 2023년 4월부터 치약 제조 장비를 소독하는 과정에서 트리클로산을 사용했고, 세척이 미흡해 잔류 성분이 치약에 섞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작업자마다 소독액 사용량에 차이가 있어 제품별 잔류량도 일정하지 않게 나타났다.

문제가 된 제품은 약 2천900만 개가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식약처는 다음 달 4일까지 회수를 완료할 방침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애경산업의 '늑장 대응' 논란도 불거졌다. 현행법상 판매업체는 위해성 의심 사실을 알게 된 시점으로부터 5일 이내에 식약처에 회수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애경산업은 지난달 19일 자체 비정기 검사에서 트리클로산 검출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해를 넘긴 이달 5일에서야 식약처에 정식 회수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인지 후 서면 보고까지 보름 이상이 소요된 셈이다.

식약처 현장점검 결과, 애경산업은 회수에 필요한 조치를 지연하는 등 회수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해외 제조소에 대한 수입 품질관리 역시 미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이 같은 위반 사항들에 대해 행정처분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에 대해 애경산업 측은 고의적인 은폐나 지연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법적으로 정해진 시험 항목은 모두 진행했으나 트리클로산은 필수 검사 항목이 아니어서 발견이 늦어졌다"며 "검출 사실을 확인한 직후 즉시 선제적으로 출고를 정지했고, 식약처에 구두로 먼저 보고하는 등 자발적 회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검출된 트리클로산의 인체 위해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식약처는 유럽연합(EU) 등 해외에서는 치약 내 트리클로산 함량을 0.3% 이하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번 검출량(0.16%)은 그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약외품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치약을 수입할 때 트리클로산 검사 성적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판매 시 제조번호별 자가품질검사도 강제할 방침이다. 또한 위해 의약외품 제조·수입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징벌적 과징금' 부과의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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