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3-13 15:32:45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2002년 상장 이래 20년 이상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1위 자리를 지켜온 KODEX 200의 수수료가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경쟁 상품보다 최대 9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지수형 상품에는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를 단행한 반면, 국내 지수형 상품은 높은 수수료를 유지하고 있어 '이중 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 총보수는 연 0.15%로, 동일 지수를 추적하는 KB자산운용 RISE 200과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200(각 연 0.017%)보다 약 8.8배 높다.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200(연 0.05%)과 비교해도 3배 차이가 난다.
수수료 격차에도 자금 유입세가 가파르다. KODEX 200 순자산은 지난 12일 기준 17조6036억원으로, 최근 3개월 새 6조5031억원이 불어나 국내 ETF 가운데 가장 큰 규모가 됐다.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해당 상품을 매수한 사실이 공개된 뒤 개인 투자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표면적인 보수 격차만으로 상품성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KODEX 200은 상장 이래 누적된 압도적인 거래량과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호가 스프레드(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매우 촘촘하게 유지된다.
잦은 매매를 하거나 대규모 자금을 굴리는 기관 및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른바 '유동성 프리미엄'이 수수료 차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비판의 초점은 삼성자산운용이 상품군마다 다른 수수료 잣대를 적용한다는 데 있다.
지난해 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0.0068%로 낮추자, 삼성자산운용은 하루 만에 'KODEX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0.0099%에서 0.0062%로 끌어내렸다.
이 같은 보수 인하가 단순히 경쟁사들의 행보에 대응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당시 기획재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해외 주식형 TR(토탈리턴) ETF'의 운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면서, TR 구조의 과세 이연 효과를 보고 투자에 나섰던 고객들에게 대안적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맞물렸다.
업계에서는 혜택 소멸에 대한 일종의 보전책으로 보수 인하가 단행된 측면이 크다고 본다.
실제 삼성자산운용 측은 "소득세법 시행령의 개정에 따라 배당을 재투자하는 TR형 ETF를 더 이상 존속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차원에서 단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패시브 ETF 특성상 운용사 간 수익률 편차가 크지 않아, 장기 투자일수록 수수료 차이가 최종 수익을 가르는 변수가 된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의 처지가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업계 안팎에 존재한다. 국내 ETF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대형사가 보수 인하에 나설 경우 경쟁사들이 연쇄적으로 따라 내려야 하는 구조상, 중소형 운용사들의 수익 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당국도 ETF 보수 인하 과당경쟁을 자제하도록 이미 권고한 상태다. 인하해도 비판, 인하하지 않아도 비판받는 상황인 셈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단기적인 점유율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는 시장의 장기적인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국내 지수형 상품에 대한 보수 인하는 현재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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