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기자
ababe1978@alphabiz.co.kr | 2026-01-08 17:15:56
[알파경제=김지현 기자] 흥국생명이 계열 저축은행에 200억 원 규모의 후순위 정기예금을 예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계열사 '부당 지원'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고객 보험료로 조성된 자금이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에 장기간 투입됐다는 점에서 자산 운용의 적정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해 12월 30일 계열사인 예가람저축은행에 200억 원 규모의 기한부 후순위 정기예금을 예치했다.
이자율은 연 3.04%, 만기는 2035년 12월 30일로, 해당 거래는 같은 해 12월 31일 공시를 통해 공개됐다.
후순위 정기예금은 금융기관이 부실화될 경우 일반 예금이나 선순위 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뒤로 밀리며, 예금자 보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보험사의 자산 운용이 안정성과 유동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계열 저축은행의 후순위 상품에 거액을 예치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수익성 중심의 자산 운용이라기보다 계열 저축은행의 자본 적정성을 보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저축은행 업권 전반의 건전성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보험사가 계열사의 리스크를 사실상 떠안는 구조가 적절한지를 두고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흥국생명이 예가람저축은행에 자금을 예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말에도 100억 원 규모의 후순위 예금을 예치한 바 있다.
당시에도 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 관리를 위한 우회적 지원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같은 거래가 반복되는 배경으로는 태광그룹의 지배구조가 거론된다.
예가람저축은행은 태광그룹 계열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주주는 지분 65.3%를 보유한 고려저축은행이다. 대한화섬과 흥국생명은 각각 22.16%, 12.54%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고려저축은행의 경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30.5%, 장조카인 이원준 씨가 2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만 53.7%에 달해, 사실상 오너 일가의 영향력 아래 있는 저축은행을 계열 보험사가 자금으로 지원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내부 거래 논란이 제기된다.
이 같은 지배 구조 속에서 흥국생명이 계열 저축은행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열사 간 거래가 시장 논리에 따라 이뤄졌는지, 아니면 그룹 차원의 이해관계가 작용했는지를 외부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은 내부 절차에 따라 이뤄진 정상적인 자산 운용이라는 입장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이번 후순위 예금은 상호저축은행 감독규정에 근거해 저축은행의 BIS비율 등 자본 건전성 관리를 목적으로 허용된 제도권 내 예금 상품”이라며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이 없는 예금 형태로, 만기와 금리, 조건이 사전에 확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제 순위상 후순위라는 구조적 특성은 있지만, 이는 투기적 위험이 아니라 자본 보완을 위한 제도적 설계”라며 “관련 규정에 따른 금리 제한과 장기 예치 조건을 반영해 결정됐고, 현재 기준으로 추가적인 계열사 예치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배구조 특성상 내부 의사결정이 실질적인 견제를 거쳤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최근 계열사 간 자금 거래와 대주주 영향력 남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후순위 예치 거래 역시 당국의 점검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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