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
qrqr@alphabiz.co.kr | 2023-07-20 15:18:10
[알파경제=임유진 기자] 국가예방접종 백신 입찰에서 담합을 통해 백신 가격을 높여온 업체들이 40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2개 사업자가 국가가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백신구매 입찰에서 낙찰예정자, 들러리 등을 합의한 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입찰담합에 가담한 업체는 백신제조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백신총판 광동제약,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에스케이디스커버리, 유한양행, 한국백신판매, 25개 의약품 도매상 등 총 32개 업체다.
이들은 2013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들러리를 섭외한 후 투찰할 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형적인 입찰담합의 경우 낙찰예정자 정하기, 들러리 섭외하기, 그리고 투찰가격 공유 등을 위하여 담합 참여자들 간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이 사건 입찰담합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고착화된 담합 관행으로 인하여 담합 참여자들 간의 협의가 매우 용이했다.
공정위는 "낙찰예정자는 들러리를 쉽게 섭외할 수 있었고, 서로의 역할이 정해지면 투찰가격에 대한 별도의 논의도 필요 없었다"라며 "낙찰예정자는 최대한 높은 수준에서 낙찰받기 위하여 기초금액 100% 수준으로 투찰 하고, 들러리는 그보다 높은 금액으로 투찰 하여 탈락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담합한 대상 백신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대상 백신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간염 백신, 결핵 백신, 파상풍 백신, 그리고 자궁경부암 백신(서바릭스, 가다실), 폐렴구균 백신(신플로릭스, 프리베나) 등 모두 24개 품목에 이른다.
특히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그리고 에스케이디스커버리 등 3개사의 경우 인플루엔자 백신 담합으로 2011년 6월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이 사건 입찰담합에 참여함으로써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됐다.
이 사건 담합으로 낙찰받은 147건 중 117건(약 80%)에서 낙찰률이 10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상적인 최저가 입찰에서 100% 미만으로 낙찰받는 것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백신 입찰 시장에 만연된 입찰 담합 실태를 확인하고 백신 입찰 시장에서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백신 등 의약품 관련 입찰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가 적발되는 경우 엄정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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