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
qrqr@alphabiz.co.kr | 2023-02-23 15:08:08
[알파경제=임유진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을 멈췄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3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이는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으로 소비·투자를 더 위축시키기보다 일단 이전 인상의 물가 안정 효과나 경기 타격 정도를 관측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분기부터 우리나라 경제가 뒷걸음치기 시작한 데다 경기 지표도 갈수록 나빠지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날 이 총재는 "지난해 4월 이후 금통위 회의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다가 이번에 동결한 것은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동결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부터는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패스(경로)를 생각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굳이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생각하는 물가 패스(경로)로 가느냐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동결이) 경기를 위해 물가를 희생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물가를 주로 강조해오던 이 총재였으나, 이번에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다.
수출 부진 등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심지어는 올해 1분기까지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배당 증가 영향으로 겨우 26억8천만달러(약 3조3천822억원) 흑자를 내긴 했다.
그러나 상품수지는 석 달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도체 수출 급감 등의 영향이다.
지난 2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335억4천900만달러)도 작년 같은 달 대비 2.3%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이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전년동월대비)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90.2) 역시 1월(90.7)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수출 감소, 물가 상승 등의 영향이다.
이는 부진한 수출을 대신해 성장을 이끌 민간소비조차 움츠러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한은도 이날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금리 상승이 최종 3.50% 수준에서 마무리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날 이 총재는 "이번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5명은 당분간 기준금리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인해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격차는 1.25%포인트(한국 3.50%·미국 4.50∼4.75%)로 유지됐다.
이미 22년 만에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가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3월과 5월 최소 두 차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 이상까지 확대된다.
이에 그만큼 한국 경제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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