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실 기자
kimhs211@alphabiz.co.kr | 2025-04-25 05:00:45
[알파경제=김혜실 기자] 올해 1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이 건설·설비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 부진으로 전 분기 대비 역성장했다.
지난해 2분기 역성장 이후 제대로 반등하지 못하고 불과 세 분기 만에 다시 후퇴한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도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한 1.5%보다 크게 낮아진 0%대 진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1분기 GDP 0.2% 역성장...국내외 불확실성 탓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2%로 집계됐다. 한은의 지난 2월 공식 전망치 0.2%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3% 성장한 후 2분기 -0.2%까지 떨어졌고, 3분기와 4분기 모두 0.1%에 그쳤다. 올해 1분기에는 결국 다시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앞서 지난 17일 한은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유로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미국 관세정책 우려에 따른 3월 경제 심리 위축, 역대 최대 산불 피해,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등을 거론했다.
◇ 전년 대비 마이너스 기록...팬데믹 이후 16분기 만 처음
특히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팬데믹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었던 2020년 4분기 이후 16분기 만에 처음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이 재차 감소한 가운데 내수 부진이 심화됐다"라며 "대내외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속에 소비 심리 급랭이 소비 부진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 이후 국내의 정치적인 불확실성 확대로 오락문화, 의료 등 서비스 소비가 부진하며 민간 소비가 전년 대비 0.5%에 그쳤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주택시장 둔화로 건설 투자가 -12.2%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정부 지출(소비+투자)이 전년 대비 1.7%에 그쳤던 점도 성장률 둔화 요인이다. 정부 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0.1% 감소했는데, 신속 예산 집행 효과가 부재했다.
투자도 대체로 부진했다. 건설은 건물 중심으로 3.2% 줄며 4분기째 감소했으며 설비투자도 3분기 만에 반도체 장비투자 등 기계류 투자가 줄며 2.1% 위축됐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도 0.3% 느는 데 그쳤다.
수출은 구경제 품목(화학, 기계류)을 중심으로 1.1% 감소했으며 수입은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중심으로 2.0% 줄었다.
◇ 부양책 집행 강화에도 올해 성장률 0%대 진입 우려
이런 가운데 신규 부양책 집행 부재 속에 더딘 예산 집행으로 충격을 키웠다.
정부는 올해 12조2000억원 규모 추경을 편성했으며, 의회는 추가 증액을 시사했다. 6월 대선 전후 2차 추경이 예상되며 해당 규모에 따라 내수 회복 수준이 좌우될 전망이다.
하건형 연구원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구간에서 신속하고 강도 높은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라며 "다만 시장 예상(1차 12조원, 2차 30조원) 수준 추경 편성에도 수출 부진 심화 및 제한된 내수 회복에 0%대 성장률 진입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7%로 하향한다"라며 "대미 수출 악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과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영향, 내수 반등 지연을 반영했고, 현재 언급되고 있는 규모로는 추경을 도입해도 1% 성장이 어렵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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