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억원·이찬진, '내로남불' 부동산 투자에 결국 고개 숙여

갭투자 40억 차익·강남 2채 보유 논란에 국민 앞 사과
10·15 규제 대책 발표 직후 터진 '내로남불' 역풍

김교식 기자

ntaro@alphabiz.co.kr | 2025-10-28 14:54:37

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부동산 대출 규제를 설계하고 집행하는 금융당국 수장들이 정작 본인은 갭투자와 다주택 보유로 막대한 차익을 얻으며 '내로남불'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이들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사과하고 주택 처분 의사를 밝혔지만, 규제 당국자의 도덕적 해이가 정책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부동산 투자 논란과 관련해 연이어 사과했습니다.

이들의 사과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책 발표 12일 만에 나온 것이어서 정책 당국자의 이중성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는 평가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억원 "평생 1가구 1주택" 강변에도 40억 차익 논란

이 위원장은 지난 2013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를 8억5000만원에 매입했습니다.

당시 전세 4억원을 끼고 3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구입했지만 실거주하지 않았습니다. 스위스 제네바 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으로 해외 파견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을 거쳐 현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가 됐고 시세는 40억원대에 이릅니다.

실거주 없이 노후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해 30억원 넘는 차익을 올린 전형적인 투기 행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해외에 나갔기 때문에 국내에 체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국민 눈높이에 비춰보면 마음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생 1가구 1주택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금융위원장 후보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갭투자가 전세대출을 활용해 주택 가격 상승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던 인물입니다.

본인이 그 갭투자로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는 점에서 발언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찬진, '아빠찬스' 논란에 일주일 만에 입장 번복

이 원장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 대림아파트 전용 130㎡ 두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입니다.

지난 21일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한 채를 자녀에게 양도하겠다"고 밝혔다가 '현금 부자 아빠 찬스'라는 거센 비판을 받자 이날 입장을 바꿨습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에 다주택 금지 조항을 넣자는 사람이 정작 강남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다"며 "수백억원대 현금 부자인 '아빠 찬스'를 사용할 수 없는 청년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이 원장은 "많은 국민이 주택 문제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어 "현재 1채를 부동산에 내놓은 상태이며 자녀에게 양도하거나 증여하지 않고 처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 실거주 한 채를 정리하면 공간이 좁아져 고통이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공직자 신분을 고려해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정리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원장은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시절부터 삼성의 회계 이슈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인물입니다.

국가배상 소송에서 승소 대가로 약 400억 원의 수임료를 받아 강남 아파트 2채를 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감독기구의 중립적 수장으로서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 10·15 규제 대책 발표 직후 터진 '내로남불' 역풍

이들의 부동산 논란은 지난 15일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한 직후 터져 파장이 컸습니다.

정부는 이날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광명·하남 등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습니다. 동시에 시가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의 주담대 한도를 4억원으로,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대폭 축소했습니다.

대출 규제뿐 아니라 수도권과 규제 지역 내 주담대 스트레스 금리를 1.5%에서 3.0%로 상향 조정했고, 전세대출 이자상환분도 DSR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겠다'는 명분으로 시장에 쏟아낸 강수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런 규제를 설계하고 집행하는 금융당국 수장들이 갭투자와 다주택으로 막대한 이익을 본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책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규제를 만든 이들이 그 규제의 예외 지대에서 부를 축적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입니다.

이러한 내로남불 논란은 비단 금융당국 수장들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도 배우자 명의로 경기 성남 분당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을 전세 14억8000만원을 끼고 33억5000만원에 매수해 갭투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를 사서 수십억원대 차익을 봤습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자녀에게 전세금 6억5000만원을 전액 지원해 증여세 미납 논란을 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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