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미 통상합의로 불확실성 완화…AI 붐 계속될 것"

김다나 기자

star@alphabiz.co.kr | 2025-11-18 14:47:37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다나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최근 타결된 한미 통상 합의가 한국 경제를 짓누르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진단하며, 향후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이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통상 합의는 불확실성을 상당히 줄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양국 협력의 구체적 모델로 미국의 기초과학 역량과 한국의 제조·응용 기술을 결합한 '합작법인(Joint Venture)' 형태를 제안했다. 기술 동맹을 통해 무역 장벽을 넘어서는 실질적인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대미 관세 부과에 따른 실물 경제 충격은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올해 상반기 수출 데이터가 호조를 보인 것은 관세 발효 전 물량을 미리 내보내는 '조기 출하(Front-loading)' 효과 덕분"이라고 분석하며 "하반기에는 관세 정책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관련해서는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지정학적 요인보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라는 구조적 요인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아시아의 공장인 중국 이외 지역으로 시장을 다변화한 것은 무역 긴장 이전부터 시작된 흐름"이라며 "특정 산업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수요처 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화두인 'AI 거품론'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설령 일부 거품이 존재한다 해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AI 붐 자체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AI 기술이 고사양 대형 서버를 넘어 로봇, 일상 제품 등 소형 기기로 확산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흐름은 최첨단 칩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레거시 칩에 대한 막대한 수요를 유발한다"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강점을 지닌 한국은 다른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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