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캐롯 한화손보에 흡수합병...디지털손보사 '만성적자' 어찌할꼬

김혜실 기자

kimhs211@alphabiz.co.kr | 2025-04-15 05:00:44

[알파경제=김혜실 기자] 디지털 보험사 만성 적자 이슈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캐롯·교보라이프플래닛·카카오페이·신한EZ손보·하나 등 5개 디지털 보험사가 지난해에도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한화손해보험이 캐롯의 흑자전환이 불가하다고 판단하고,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캐롯손해보험 직원들 요청에 셀카 촬영 중인 모습

◇ 1호 디지털 손보사 '캐롯', 한화손보로 흡수합병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자회사 캐롯손해보험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보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주도로 2019년 5월 출범했다. 
하지만 캐롯손보는 지난해 662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출범 7년 차에도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보험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킥스(K-ICS·지급여력비율) 비율은 작년 말 156.2%로 당국 권고치인 150%를 가까스로 넘겼다. 
문효일 캐롯손해보험 대표는 지난달 전직원을 대상으로 타운홀미팅을 열고 "올해 안으로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하는 것을 가닥으로 잡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에는 한화손보와 캐롯 기획팀 등으로 구성한 합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다. 
캐롯 손보는 작년 말 기준 한화손보가 지분 59.6%를 보유하고 있고 티맵모빌리티(10.7%), 카발리홀딩스(8.4%), 알토스벤처스(7.4%)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한화손보가 캐롯손보의 지분을 모두 인수한 뒤 흡수합병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사진=캐롯손해보험)

◇ 교보라이프플래닛·카카오페이·신한EZ손보·하나 등 '만성 적자'
다른 회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에도 모두 적자를 기록했고,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잇따라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있다. 
2013년 설립된 국내 첫 디지털 생보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해 260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10년 넘게 적자 상태다. 지난해까지 모회사인 교보생명에서 7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받다.
2022년 설립된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해 48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설립 1년 뒤인 2023년 모회사 카카오페이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 받았다.
2022년 신한금융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된 신한EZ손보도 작년 17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신한EZ손보도 지난달 신한금융지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308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이후 사업구조를 조정하며 사실상 '탈 디지털 보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사진=교보라이프플래닛 제공

◇ 디지털 보험사의 구조적 한계...차등 규제 필요
디지털 보험사의 경우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 우편, 온라인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모집해야 한다는 구조적인 한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 특성상 비대면 영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법 시행령 13조에 따르면 디지털 보험사는 법률상 수입보험료 90% 이상을 인터넷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보험사로, 대면 영업이 제한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미니보험은 수익성이 낮아 이익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건전성 관리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소형사들인 디지털 보험사들은 킥스(K-ICS·지급여력비율) 비율을 맞추기가 어려워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보험사 개별 상황에 맞지 않는 일괄적인 제도 도입으로 중소형 보험사와 디지털보험사들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졌다"라며 "각 보험사들의 영업 차별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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