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기자
ababe1978@alphabiz.co.kr | 2026-06-01 08:26:35
[알파경제=김지현·박남숙 기자]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느라 전화를 못 받았는데 노후를 믿고 가입한 보험을 끊어버리다니 도대체 기업이 할 짓입니까? 억울해서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지난해 뇌경색으로 쓰러져 한 달 넘게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인 70대 김아무개씨. 거대 보험사가 병원에 있는 동안 전화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보험 재가입 의사가 없는 걸로 판단·계약을 해지하자 그는 분통을 터뜨렸다.
평생 피 같은 보험료를 냈건만 보험사는 고객이 가장 아프고 절박한 순간 매몰차게 생명줄을 끊었다.
그는 "미쳐 일반 실손보험을 준비하지 못해 뒤늦게 노후 실손 보험을 가입하고 몇년간 보험료를 납입했다"면서 "자기부담금도 일반 실손보다 훨씬 크고 지급기준도 다르지만, 큰일이 발생했을 때 든든한 도움이 될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알파경제가 확인해 보니 보험사들은 과거 상품 약관에 치명적인 독소조항을 몰래 심어뒀다.
3년마다 ‘재가입’ 절차를 밟을 때 한 달 동안 고객과 연락이 닿지 않으면 보험사가 계약을 마음대로 해지한다는 내용이다.
더 악랄한 점은 보험사가 고객을 철저히 속였다는 사실이다. 보험사는 가입할 때 ‘연락 수신 동의’를 따로 받으면서도 이를 거부하면 나중에 연락 두절을 이유로 보험 재가입이 안될 수 있다는 사실을 쏙 빼놓고 설명하지 않았다.
노인 가입자나 대리로 가입한 자녀가 이를 흔한 스팸 전화나 마케팅 문자로 여겨 거부하기 일쑤라는 점을 철저히 악용했다. 보험사가 뻔뻔하게 설명 의무를 팽개쳤다.
정작 가입자가 큰 병을 얻어 병상에 눕거나 의식을 잃어 전화를 못 받으면 보험사는 해당 약관을 핑계로 매정하게 계약을 잘라버렸다.
고객이 건강할 때는 다달이 쌈짓돈을 챙기다가 늙고 병들어 보험금을 내어줄 처지가 되자 합법을 앞세워 ‘고위험군’을 솎아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가 벌인 구조적 약탈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현조 하늘손해사정법인 대표는 “생존권이 걸린 계약 필수 조건을 마케팅 동의 조항에 교묘하게 숨긴 짓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보험사가 제 손해를 줄이려고 정보에 어두운 늙고 병든 노인들의 뒤통수를 친 악질적인 금융 폭력”이라고 꼬집었다.
알파경제 박남숙 기자(parkns@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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