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법 폐지 의지 재확인…삼성·SK 7조원 보조금 '안갯속' : 알파경제TV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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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alphabiz.co.kr | 2025-03-10 14:05:08

▲ (출처:알파경제 유튜브)

 

[알파경제=영상제작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폐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기술을 "훔쳐갔다"는 충격적 발언을 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 "대만이 훔쳐갔고 한국도 일부 차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점차 반도체 사업을 잃었다. 이제 대부분이 대만에 있다. 대만이 우리에게서 훔쳐 갔다. 약간은 한국에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그는 "이제 그건 전부 거의 독점적으로 대만에 있으며 약간은 한국에 있지만 대부분 대만에 있다"라며 한국을 명시적으로 거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대만을 비판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한국을 공개석상에서 함께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훔쳐갔다'는 원색적 표현까지 동원하며 한국을 직접 겨냥한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서 4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수천억 달러를 (보조금으로) 지급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들은 우리의 돈을 가져가서 쓰지 않고 있다"며 반도체법을 "정말 끔찍한 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반도체법과 남은 것은 모두 없애야 한다"며 법안 폐기와 예산의 정부 부채 탕감 사용을 요구했습니다.

이런 발언은 대만 TSMC 웨이저자 회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애리조나에 총 1000억 달러(145조원) 투자계획을 밝힌 지 불과 나흘 만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의미심장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에는 "이것은 미국 및 TSMC에 엄청난 일"이라고 평가했지만, 이후 대만과 한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 보조금 대신 관세로 압박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법 폐지 압박은 그의 무역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관세를 활용해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에 10센트도 주지 않았다. 그들은 관세 때문에 왔다"라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에) 중요한 것은 관세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라며 "우리는 기업들에게 돈을 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높은 관세를 매기면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단순히 반도체 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와의 무역 갈등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이 미국보다 평균 4배나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는 반도체를 겨냥한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미국산 농산물을 제외하면 사실상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 삼성·SK, 7조원 보조금 불투명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법 폐지 발언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그 대가로 수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받기로 확정됐습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 달러(약 53조원)를 투입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미 정부로부터 47억4500만 달러(약 6조87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기로 했습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있으며,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두 기업 모두 아직 약속된 보조금을 받지 못한 상태라는 점입니다. 반도체법이 폐지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해 현지 공장 건설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최근 원자재비와 인건비가 급등해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보조금 지원이 없다면 미국 공장 건립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의 TSMC가 최근 1000억 달러(145조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한 상황에서 공장 건설이 늦어지면 현지 빅테크 고객 확보에서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약 7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불확실해지면서 미국 내 투자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 법안 폐지 현실화 가능성 불확실 전망

다만, 현실적으로 반도체법 폐지가 실현될 가능성은 불확실하다는 분석들도 있습니다.

반도체법 폐지를 위해서는 상원의원 100명 중 60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민주당 의원들의 강력한 저항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의 변동성과 관련하여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무역 정책 방향성과 영향력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명료함 이전에는 서두르기보다는 기다릴 것을 권유했습니다.

또한 관세 인상이 물가 상승 및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업계 관계자 중 일부는 이러한 발언들이 단순히 외압으로 작용할 뿐 실제 보상을 철회하기 위한 구실로 삼기에는 부족함을 지적합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 속에서는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안 철회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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