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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alphabiz.co.kr | 2025-03-26 14:02:07
[알파경제=영상제작국]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습니다.
은행 측은 이를 인지하고도 조직적 은폐를 시도했으며, 금감원 검사 방해 목적으로 자료를 삭제한 정황까지 드러났습니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금감원 검사사례'를 공개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은 퇴직 직원을 중심으로 '내부자 카르텔'을 형성해 대규모 부당대출을 일삼아왔습니다.
이번에 확인된 부당대출 규모는 당초 기업은행이 금감원에 신고한 240억원을 크게 웃도는 882억원(58건)에 달했습니다.
이 중 지난해 2월 말 기준 부당대출 잔액은 53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7.8%인 95억원은 이미 부실화된 상태입니다.
부당대출의 주요 연루자는 기업은행에서 14년간 재직했던 퇴직 직원 A씨로, A씨가 관련된 부당대출만 785억원에 달했습니다.
A씨는 퇴직 후 본인과 가족, 직원 명의로 부동산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출 심사역인 현직 배우자와 고위 임원 B씨를 포함한 28명과 공모해 7년 넘게 부당대출을 받아왔습니다.
A씨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허위 증빙 서류를 이용해 51건의 부당대출을 받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64억원의 쪼개기 대출로 토지를 매입한 뒤, 거래처 자금을 자기 회사 돈인 것처럼 꾸며 59억원의 PF 대출을 받아 지식산업센터 공사비로 사용했습니다.
특히 A씨는 골프 접대 등으로 임직원과 친분을 쌓아 대출을 유도했고,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을 기업은행 점포 입점 후보지로 추천해 미분양 상가를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건설사 청탁을 받고 대출 알선까지 했는데, 입행 동기인 심사센터장 C씨와 3명의 지점장에게 216억원 대출을 알선해 주고 수수료 12억원을 챙겼습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이런 사고를 인지하고도 보고를 미루었으며, 일부 부서가 부당대출과 금품 수수 사건을 내부적으로 은폐하려 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컴플라이언스 부서에서 금감원 검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올해 1월 관련 자료를 삭제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은행 차원의 조직적 은폐 정황이 있고 기록 삭제와 검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심각한 법 위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부당대출이 지난해까지 취급됐기 때문에 책무구조도를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복수의 금감원 관계자는 "조직적 기록 삭제가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최초 적용 사례가 될 수 있어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올해부터는 금융사 임원에게도 대규모 금융사고의 책임을 묻는 책무구조도가 시행됐습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이해관계자 거래 관리에 소홀했다"며 "자체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법령 개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BIS 국제은행 감독준칙에 따르면 전·현직 임·직원과 거래처 관계자 등도 이해관계자로 보고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은 이러한 세부 규정을 내규에 마련해두지 않고 있습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업무 프로세스, 내부통제,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쇄신책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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