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대표기자
ceo@alphabiz.co.kr | 2026-05-26 13:58:16
[알파경제=김상진 대표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를 깎아내리는 듯한 마케팅으로 시민 공분을 산 지 한참 만이다.
그는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매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현장 노동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겉보기에는 그룹 총수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듯한 그럴싸한 사과문이다.
하지만 사과문 끝에 교묘하게 숨겨둔 구절 하나가 씁쓸하고 불쾌한 뒷맛을 남긴다.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이라는 단서 조항이다. <2026년 5월 26일자 정용진,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고개 숙여 사죄…"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전문] 참고기사>
◇ 불매운동 도미노보다 무서운 ‘회계 연쇄 붕괴’ 공포
이는 이번 사과가 진심 어린 반성에서 나오지 않았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다. 정용진 총수 일가를 참으로 떨게 한 공포는 단순한 불매운동 도미노가 아니다. 그룹 전체를 덮칠 수 있는 ‘회계적 연쇄 붕괴’에 대한 뼈저린 위기감이 사과를 끌어낸 진짜 배경이다.
그룹의 핵심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인 스타벅스가 흔들리면 얽히고설킨 계열사들의 연결재무제표는 단숨에 망가진다. 실적 악화가 신용등급 강등을 부르고 자금 조달 숨통마저 끊어버리면 신세계그룹 전체 재무 구조가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속마음은 딴판이면서도 끔찍한 회계적 파국이 코앞에 닥치자 일단 고개부터 숙여 그룹 금고를 지키고자 한 얄팍한 면피에 지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은 정치를 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기업을 이끌고 싶은 것인가.
기업 총수는 임직원 수십만 명과 그 가족의 생존을 양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자리다. 자신의 편협한 역사관이나 정치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싶다면 차라리 경영자라는 허울을 벗고 기업 밖으로 나가 정치를 하는 편이 마땅하다.
왜 굳이 그 자리에 앉아 무고한 신세계그룹 노동자를 끊임없는 ‘오너 리스크’의 사지로 몰아넣는가. <2026년 5월 26일자 [현장] 정용진 스타벅스 사과 “각자 생각 다를 수 있어”…역사적 비극, 취향이나 견해 영역 아니야 참고기사>
그것이 벼랑 끝에 선 신세계그룹을 살리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매장에서 땀 흘리는 성실한 노동자를 참으로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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