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美 대형은행 스테이블코인 경계, 단기채 비중 확대 부작용

박남숙 기자

parkns@alphabiz.co.kr | 2025-07-18 07:00:16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박남숙 기자] 미국 시장에서 대형 은행들을 필두로 본격적인 2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됐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JP모건, 웰스파고, 블랙롤, 시티 등 금융사의 실적이 컨센서스를 하회하면서 시티를 제외하고 나머지 금융사 주가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기대했던 SLR 규제 완화 및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해 시티를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보수적인 입장이었다는 평가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화두인 스테이블코인 산업에 대한 미국 대형은행의 입장을 보면, 전반적으로 일부 의구심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시스템에서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대형은행들도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에 뛰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 美 은행, 스테이블코인 대비 자체 비지니스 계획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시티그룹은 컨콜에서 현재 스테이블 코인 사용처 중 88%는 암호화폐 거래이고, 실제 결제 수단으로 쓰이는 비중은 6%에 불과하며, 현금-코인 환전 비용이 전체 거래 비용 중 7%나 되어 코인 실사용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매출 측면에서 토큰화된 예금 사업(Citi Token Services) 등이 새로운 매출원이 될 수 있어 신산업을 추진 중이며, 준비 자산 관리, 자체 토큰 발행, on/off ramp(환전) 등 스테이블 코인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새 비즈니스를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JP모건도 기존 결제방식 대신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존재하지만, 핀테크 기업들이 결제 시스템에 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경계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들도 직접 참여해서 주요 플레이어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대형 은행들은 공통적으로 스테이블 코인 사업의 은행 간 협업보다는, 자체적으로 전체 밸류체인(코인 환전, 발행, 수탁, 준비자산 관리) 등을 스스로 하겠다는 스탠스를 나타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B2B 결제시스템에서는 이미 쓰이고 있는 양상, B2C 결제시스템 확산에는 스테이블 코인간 경쟁이 심화될 수도 있다"며 "한편에서는 공통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로 실물자산 토큰화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해석했다.

 

◇ 한국 스테이블코인 산업 육성시 자산 담보 쟁점 

 

(출처=유진투자증권)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스테이블코인이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국채 규모는 130억 달러로, 전체 시장성 규모의 0.4~0.5% 수준"이라며 "2028년 스테이블코인의 미국채 보유량이 1.5조 달러로 증가하면 해당 비중은 지금보다 4%p 가량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BIS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자금 유입은 3개월 T-bill 금리를 하락시키나, 2~5년 금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10년물 금리는 약간의 하락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미 T-bill 발행 비중이 권고 기준인 20%를 웃돌았던 상황에서 구조적 단기채 비중 확대는 정부의 재융자 리스크를 키울 가능성이 있으며,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 난도도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TBAC는 스테이블 코인 시장 성장으로 은행 부문의 거래성 예금이 잠재적 유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심각한 유출 위험은 낮다는 진단이다.

 

이정훈 연구원은 "같은 논리로 볼 때 한국은 은행 예금 유출 위험이 미국보다 더 낮다"며 "개인들이 소매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발하게 이용할 유인이 미국보다 훨씬 적다"고 판단했다.

 

한국은 미국처럼 초단기 국채를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산업 육성에 진지하다면 어떤 자산을 담보로 할지도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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