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11-18 13:51:45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잇따른 금융사고로 신뢰가 추락한 농협이 무관용 원칙을 전면에 내세우며 사고 발생 즉시 제재하는 선제적 조치 체계로 전환했다.
농협중앙회는 부정행위 사실이 명백한 농축협에 대해 수사나 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즉각 지원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18일 밝혔다.
그동안 농협중앙회는 수사 및 법적 판단이 완료된 뒤 지원 제한을 적용해왔으나, 이제부터는 부정행위가 확인되는 즉시 제재에 착수한다.
이번 조치는 선심성 예산집행과 금품수수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국 6개 농축협을 대상으로 17일 먼저 적용됐다.
중앙회는 신규 지원자금 중단은 물론 이미 제공한 자금의 중도 회수, 수확기 벼매입 등 특수목적 자금 지원 중단까지 제재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엄중한 사안이거나 고의적 은폐·축소 시도가 적발될 경우 가중 처벌도 병행한다.
이번 강경 조치는 최근 농협 내부에서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나온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서천호 의원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지역 농축협에서 264건의 횡령 및 부당대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액은 1012억원에 달했으며 이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484억원만 회수됐다.
사고 적발까지 평균 2년(721일)이 걸려 일반 시중은행(평균 6개월)보다 현저히 긴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 이에 앞서 12일 '범농협 혁신TF'를 발족하고 '신뢰받는 농협중앙회', '깨끗하고 청렴한 농축협',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이라는 3대 추진 전략을 담은 종합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개혁안에는 중앙회를 비롯한 전 계열사 임원 절반 이상 교체, 퇴직자 재취업 원칙적 제한, 수의계약 금지 등이 포함됐다.
농협의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 금융권 전반에서 내부통제 강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한 흐름과 맞물려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월 내부통제 고도화를 선언하며 자금세탁방지본부와 정보보호본부를 신설했고, KB금융지주 역시 디지털혁신부 신설과 함께 내부통제 체계 정비에 나섰다.
금융당국도 올해부터 은행과 금융지주사를 시작으로 대표이사 및 임원의 책임을 강화하는 '책무구조도' 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조직 문화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고 후 일정 기간 인사 조치를 하지 않는 등 내부고발자를 100% 보호하는 제도적 보완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고질적인 구습과 관행을 타파하고 농업인과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일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며 "이번 개혁안은 단순한 선언이 아닌 즉시 이행되는 강력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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