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부적절" 의견서 발송

김다나 기자

star@alphabiz.co.kr | 2025-03-28 13:43:23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다나 기자] 금융감독원이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서를 2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보냈다.

금감원은 이날 의견서 "상법 개정안이 장기간의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통과된 현재로서는 재의요구를 통해 그간의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불필요한 사회적 에너지 소모 등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한 중요한 판단 기준은 '국익' 부합 여부로, 경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법 개정안이 "장기적으로 자원의 효율적 배분, 경쟁 촉진, 혁신 촉발 측면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주주보호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 재논의 추진력을 얻기 어렵다는 점도 금감원은 우려했다.

재계는 정부안인 자본시장법 대안에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국회의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도 큰 진전이 없었던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이 행사되면 자본시장법상 원칙규정 도입에 국회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워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은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정부의 주주가치 제고 의지에 의문을 품고, 향후 자본시장법 개정 가능성에도 회의적 시각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은 상법 개정안을 공포하고 부작용 완화방안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이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배임죄 요건 강화, 특별배임죄 폐지 등 경영 판단의 과도한 형사화 방지 ▲면책 가이드라인 등 안전항으로서의 절차규정 마련 ▲소송 리스크 보호 장치(임원 배상 책임 보험제도) 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감원은 "상법 개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 경영자들의 혁신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주주 충실의무의 구체적 내용이 법원 판결례를 통해 형성되기 전까지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동안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결정은 저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상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 시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지난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은 어떤 법이 더 맞느냐가 아니고 이미 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같은 날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안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우선했으면 좋겠다거나 자본시장법과 함께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말해왔다"며 상충되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만난 경제 6단체장은 지난 13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상법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바 있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15일 안에 공포하거나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해 처리 시한은 다음 달 5일까지다. 관가에서는 오는 4월 2일 국무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 행사를 의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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