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30원 개장…금융위기 이후 17년만에 최고

김종효 선임기자

kei1000@alphabiz.co.kr | 2026-06-04 13:38:23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달러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 = 김종효 선임기자]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530원으로 급등해 개장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한국 추가 관세 부과 방침과 미·이란 간의 전면적인 군사 충돌이라는 대형 악재가 동시에 터지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극대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3.6원 오른 1530.0원에 장을 시작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환율이 1530원 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3월 31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앞서 6·3 지방선거로 국내 외환시장이 휴장한 사이 해외 역외시장에서는 가파른 상승세가 전개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관세 기습 발표로 1530원대에 진입한 환율은 이란의 쿠웨이트 공항 공습 첩보가 전해지자 역외 장중 최고 1536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USTR는 강제노동 제작 상품의 수입 금지 조치를 불충분하게 이행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영국, 베트남 등에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오는 7월 7일 청문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여기에 중동발 군사 리스크가 불을 붙였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미군이 이란 유조선과 시설을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쿠웨이트 내 미 공군기지와 바레인의 미 해군 5함대 기지를 타격했다고 공식 발표해 전면전 우려를 키웠다.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이 배럴당 96.02달러로 2.41% 급등하는 등 국제유가가 요동치자 국내 금융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외환시장의 불안 속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 초반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8634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원화 약세를 부채질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부는 긴급 점검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소집했다.

구 부총리는 회의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높은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시장 안정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환율의 단기 고점을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외환당국의 실개입 경계감이 확산함에 따라 추가적인 폭등 속도는 다소 제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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