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12-11 13:47:46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을 맡고 있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친인척 소유 기업이 매출의 90% 이상을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재계의 모범이 되어야 할 한경협 수장의 그룹이 오히려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 기조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재계에 따르면 풍산그룹의 금속 제조 계열사인 서창은 지난해 총매출 123억원 가운데 92.7%에 해당하는 114억원을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거뒀다.
서창은 류진 회장의 사촌인 고(故) 류영우 전 풍산그룹 부회장의 장남, 류정 대표가 지분 80%를 보유한 사실상 오너 일가 개인회사다.
서창의 내부거래 규모는 풍산그룹 주력 계열사에 집중됐다. 지난해 서창은 풍산과의 거래에서 78억원, 지주사인 풍산홀딩스와의 거래에서 3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도(2023년) 거래액인 68억원, 41억원과 비교해 지속적인 거래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서창뿐만 아니라 풍산그룹 전반에서 내부거래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룹 지주사인 풍산홀딩스는 지난해 매출 1559억원 중 64%인 999억원을 내부거래로 채웠다. 이는 2022년 59.5%, 2023년 62.3%에 이어 3년 연속 상승한 수치다.
계열사인 풍산특수금속의 상황도 유사하다. 지난해 매출 1523억원 중 59.2%인 900억원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2022년 27.5%에 불과했던 내부거래 비중은 2023년 49.6%로 급증한 뒤 지난해 과반을 넘어섰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30%를 넘거나 오너 일가 지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를 규제 대상으로 삼고 감시하고 있다. 풍산그룹은 아직 부당 내부거래로 적발된 사례는 없으나, 수치상으로는 공정위의 감시망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이번 논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불거져 파장이 예상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막론하고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지배력 확대 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히 제재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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