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식 기자
ntaro@alphabiz.co.kr | 2025-05-27 13:32:57
[정리=김교식 기자] 난 별로 유명하지도, 그리 잘 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방송에서 20년을 정치평론으로 버텨 지금까지 이른 사람이외다. 내가 트럼프 선생께 이렇게 직접 편지 형식의 글을 쓰는 것은 내가 그만큼 놀랐기 때문이오. 단도직입으로 묻소, 트럼프 선생, 당신 누구요?
지난 1기 때, 솔직히 트럼프 선생께서 백악관을 출입하는 장애 기자가 조금 불편한 질문을 했다고 해서, 대통령이라는 당신이 그(녀)의 장애를 흉내 내는 모습을 보고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소. 그리고 개쌍욕을 퍼부었지요. 뭐, 이런 X끼가 다 있냐고...
내 나라 대통령도 아닌데 무에 그리 흥분하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 한국민들에게 당신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바로 그런 자리요. 아무 관계도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 미국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게 되고, 또 상상치도 못할 당신의 그 따위 짓에 흥분할 정도로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 하오.
뭐, 따지고 보면 어디 한반도뿐이겠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그렇고, 가자 지구 역시 마찬가지요. 미국과 직접 연계가 있든 없듯 온갖 전쟁에는 당신네 나라의 군대가 관련이 있고, 그것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소. 당신이 정치에 직접 뛰어들기 전부터 말이오.
그런데, 당신이 지난 13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행한 ‘사우디-미국 투자포럼’의 연설은 현재의 국제정세를 홀라당 뒤집어 버리고도 남을 만한 것이었소. 참 희한한 것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 선거기간이라서 그런지, 이 어마어마한 연설이 그 무게감만큼 보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오. 당신은 리야드에서 이런 말을 했소.
“이 위대한 변화는 서방의 개입주의자들이 여러분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지 강의한 결과가 아닙니다. 리야드와 아부다비의 찬란한 기적은 소위 ‘네이션 빌더(국가건설업자)’나 ‘네오콘(Neocon)’, ‘자유주의 비영리단체’들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카불과 바그다드 등에서 수조 달러를 쏟아붓고도 실패했습니다. 현대 중동의 탄생은 바로 이 지역의 국민들이 주도한 것입니다. 각자의 주권 국가를 발전시키고, 고유한 비전을 추구하며,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시리아 제재 해제, 이란과 대화와 압박 병행,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사우디와의 경제 협력 등 중동 주요 현안에 대한 당신 입장을 이야기했소, 놀라 자빠질 뻔 했소. 연설 현장은 아랍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포함해서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고 하더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어이없게도 당신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소, 나 참 살다 보니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줄이야... 이거 뭐, 무슨 사회주의자 선동이냐?
내가 무엇보다 놀란 것은, 세상에 미국 대통령 당신이 네오콘을 직접 거명하며(까맣게 잊었던 네오콘의 대표주자(?) 콧수염 볼튼이 다 생각 났소이다, 헐...), "더 이상 미국의 네오콘을 비롯한 수구적 그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오.
네오콘이 누구요? 신보수주의로 불리면서 미국적 가치가 최선이며 무력 사용을 불사한다는 호전적이며 공격적인 태도를 가진 그룹 아니오? 미국의 가치나 미국에 반대하는 제2, 3세계의 여러 국가들은 "불량국가"들일 뿐이고,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해서라도 강제로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 아니오? 미국 군산복합체제의 유지에 필요한 새로운 무기시장의 창출은 이들 네오콘 때문 아니오? 이들과 인연을 끊는다는 것이 어디 보통 일이오? 세계 질서가 바뀌는 일 아니오?
당신의 주장만 보면 한반도 평화 활동가의 주장과 다를 것이 없어서 말이오. 당신, 진짜, 탐욕스럽고, 돈만 알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또라이 기질도 다분한, 미국 대통령 트럼프 맞소? 도대체 당신에 대해 어떻게 정의해야 한단 말이오? 당신 누구요?
뱀발 – 트럼프 선생, 얼마 전에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의 김진향 이사장이 미국을 방문해서 선생의 측근들을 만났다고 합디다. 아쉽게도 선생이 귀히 대한다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장(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DNI)은 만나지 못했지만, 김진향 이사장이 잘 정리한 북미 정상화 관련 보고서를 전달했다고 하니, 잘 검토하시기 바라오
그리고 김진향 이사장을 한 번 만나시길 강력하게 권고하오, 결코 시간낭비는 아닐 것이오, 당신이 누구라고 정의하지 못하는, 그동안 가짜뉴스로 인해 트럼프에 대해 그저 ‘또라이’라고만 비난하던 나와 같은 사람의 오해를 풀어주길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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