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제작국
press@alphabiz.co.kr | 2024-08-26 13:24:56
[알파경제=영상제작국]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면서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비롯해 유사한 사고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는 차별화된 안전 기술 개발부터 첨단 평가 시스템 구축,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고도화 등을 통해 'K-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주범…'열폭주' 뭐길래
전기차 화재의 핵심 원인으로 열폭주 현상과 BMS 오류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열폭주는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여 연쇄적인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입니다.
임종우 서울대 화학부 교수팀과 김원배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팀, 삼성SDI 공동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열폭주의 메커니즘이 더욱 명확히 밝혀졌습니다.
연구진은 방사광 가속기 기반 X선 회절 기법을 활용해 배터리 내부를 관찰한 결과 열폭주가 배터리 내부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화학종 교환 반응이 일어나며 시작되고 이어 '자가증폭루프'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자가증폭루프는 열폭주 현상을 급격히 가속화하는 순환 구조입니다.
흑연 음극재에서 발생한 에틸렌 기체가 하이니켈 양극재의 산소 방출을 유도하고, 이 산소가 다시 음극의 에틸렌 발생을 촉진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산소와 이산화탄소는 음극 표면의 리튬과 반응해 배터리 온도를 더욱 상승시킵니다.
이런 자가 증폭 과정이 급속도로 진행되면 결국 열폭주로 이어집니다.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분리막이 손상될 때 열폭주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분리막은 양극의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천천히 이동하며 안전하게 전기를 생성하도록 돕는 핵심 요소입니다.
분리막 손상의 원인에 대해 배터리 전문가들은 ▲배터리 셀 제조 과정에서의 불량 ▲외부 충격에 의한 물리적 훼손 ▲과충전 ▲덴드라이트 현상 등을 꼽습니다.
BMS는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는 핵심 시스템입니다.
최근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의 원인이 된 벤츠 EQE 모델은 지난해 미국, 호주 등에서 BMS 오류로 리콜된 바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올해 7월 리콜이 진행됐습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전기차 화재는 반드시 사전에 징후가 나타난다"며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당시 벤츠 BMS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 K-배터리 3사, 차별화된 안전 기술로 '배터리 혁신' 박차
이러한 안전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내 배터리 3사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04년 세계 최초로 세라믹이 코팅된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또 모듈에는 방화 소재를, 팩에는 발화 시 불이 외부로 번지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소재를 적용 중입니다.
프리미엄 하이니켈 NCMA 배터리는 최적화된 설계로 열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며, 모듈과 팩에 쿨링 시스템을 적용해 열 전이를 원천 차단합니다.
올해 말 양산 예정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에는 디렉셔널 벤팅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였습니다.
삼성SDI는 지난해 셀·모듈·배터리 팩을 연계한 열전파 방지 기술을 개발해 적용 중입니다.
특히 자동차 제조사와 기술을 공유해 제품개발 초기부터 고객 협업을 통해 안전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로 안전성이 높은 각형 타입을 채택했습니다. 넓은 하부 면으로 냉각판과의 접촉면을 극대화해 열전파 방지에 최적화된 구조라는 설명입니다.
또한 캔에 가스 배출부인 벤트를 적용해 고온 가스를 제어함으로써 배터리 폭발을 방지합니다.
아울러 열전파 예측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열전파 방지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모양으로 쌓는 Z-폴딩과 복합 도핑 기술로 제품 안전성을 높였습니다.
Z-폴딩은 배터리 셀 스트레스를 줄이고 양극·음극 접촉을 방지해 화재 위험을 낮춥니다.
복합 도핑은 양극활물질의 구조적 안전성과 배터리 장기 성능을 향상시키며, 충방전 시 가스 발생도 억제합니다.
향후 SK온은 셀투팩(CTP)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높인 'S-팩' 기술도 상용화할 계획입니다.
◇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도 고도화 경쟁
BMS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합니다. BMS는 전기차 배터리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기술로, 배터리의 전압, 전류,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하여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입니다.
각 기업은 BMS 고도화를 통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약 7000여개의 BMS 진단 솔루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퀄컴과 협력해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첨단 BMS 진단 솔루션을 개발 중입니다.
또한 미국 반도체 업체 ADI와 셀 내부 온도 측정 기술 MOU를 체결하는 등 BMS 고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자체 AI 등을 활용해 배터리 상태를 분석하는 차세대 BMS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배터리 팩 내부의 전류·전압, 셀 온도 등의 데이터를 파악해 이를 기반으로 배터리 이상을 예측해내는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차세대 BMS 적용 시 배터리 수명 15%, 주행거리 6%, 에너지 출력 10%를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삼성SDI는 2025년 전후로 이 차세대 BMS를 탑재한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SK온은 전장용 반도체 전문 개발사인 오토실리콘과 함께 BMS의 성능을 좌우하는 '배터리관리칩(BMIC)'을 공동 개발했습니다.
BMIC는 전기차 배터리 팩이나 ESS에 탑재된 수백 개의 배터리 셀의 전압과 온도 정보 등을 파악합니다.
SK온은 BMIC 개발을 통해 배터리 안전성 확보에 더욱 집중할 방침입니다.
◇ 첨단 안전성 평가 시스템 구축 '완벽 검증' 노린다
배터리 제조 기술 향상과 더불어, 안전성 평가 시스템 구축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셀 제조 과정에서 엑스레이 등을 통한 불량 검사를 자동화하는 등 공정별 전수 검사 체계를 구축해 배터리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배터리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열전파 방지 협의체'를 운영 중입니다.
이 협의체는 셀-모듈-배터리 팩을 연계한 열전파 방지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합니다.
SK온은 최근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에 국내 배터리 기업 중 최대 규모인 '배터리 안전성 평가센터'를 개소했습니다.
이 센터는 연면적 3392㎡(약 1026평) 규모로, 국내 배터리 기업 최초로 단일 시설 안에 안전성 평가 분야 '원스톱 솔루션' 기능을 갖췄습니다.
다양한 안전성 검증 시험과 CT장비를 활용한 비파괴분석, 배터리 해체를 통한 구조 분석 등이 가능합니다.
SK온은 이 센터에서 극한의 온도 조건에서의 내구도 검증, 화재·진동·충격 등 다양한 전기차 사고 환경을 모사한 재현 시험, 열폭주·과충방전·외부 단락 등의 시험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다만,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안전성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의 화재 발생 비율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 8월까지 국내에서 화재가 난 전기차 139대 중 90.6%(126건)가 국산(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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