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12-04 13:28:22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1위 노스페이스가 자사 패딩 13종의 충전재 정보를 허위로 표기한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노스페이스 운영사 영원아웃도어는 지난 3일 온라인몰 공지를 통해 "전체 다운 제품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13개 품목에서 충전재 혼용률 오류를 확인했다"며 "해당 제품 구매 고객에게 순차적으로 환불 절차를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노스페이스는 제조사가 자신이 생산한 제품의 정보를 "전수조사를 통해 확인"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자사 제품임에도 조사를 해야만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은 처음부터 제품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허위 표기를 했다가 적발된 후에야 정정에 나섰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말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시작됐다. 한 고객이 구매한 '남성 1996 레트로 눕시 자켓'의 충전재 성분을 문의하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해당 제품은 판매 페이지에 '우모(거위) 솜털 80%, 깃털 20%'로 표기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거위와 오리털을 혼합한 리사이클 다운 소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거위털은 오리털보다 보온성이 뛰어나 프리미엄 소재로 취급되며 가격도 높게 책정된다. 리사이클 다운은 버려진 이불이나 베개의 깃털을 재활용한 것으로, 거위털 제품과는 품질과 가격 면에서 차이가 있다.
무신사는 2~3일 이틀간 노스페이스 전 제품에 대한 긴급 검수에 착수했고, '1996 레트로 눕시 자켓' 외에도 12개 제품에서 동일한 허위 표기를 발견했다. 총 13개 스타일, 28개 단품(SKU)에 달하는 대규모 문제였다.
허위 표기가 확인된 제품은 남성 리마스터 다운 자켓, 워터 실드 눕시 자켓, 1996 레트로 눕시 자켓 및 베스트, 눕시 숏 자켓, 노벨티 눕시 다운 자켓, 1996 눕시 에어 다운 자켓, 로프티 다운 자켓, 푸피 온 EX 베스트, 클라우드 눕시 다운 베스트, 아레날 자켓, 스카이 다운 베스트, 노벨티 눕시 다운 베스트 등이다.
무신사는 노스페이스 판매 대행사에 벌점 50점을 부과했다. 무신사 정책상 벌점이 100점 누적되면 입점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무신사는 "고객 보호를 최우선으로 환불을 요청한 소비자에게 최대한 빠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노스페이스 측은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며 "모든 임직원이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재발 방지 대책을 빠른 시일 내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노스페이스는 지난달 28일 최초 문제 제기 당시 "노스페이스 외주 판매 대행사가 무신사 상품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보를 제대로 수정하지 않아 발생한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수조사 결과 유사한 문제가 13종으로 대폭 확대되면서, 체계적인 상품 정보 관리 실패 또는 의도적 허위 표기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노스페이스 상품 페이지에는 "고객 문의에 구스(거위)라고 답변한 것도 캡처했다. 이제 와서 실수라고 하면 고객 기만 아니냐", "오기재가 아니라 사기 아니냐"라는 등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 패션업계를 뒤흔들었던 패딩 충전재 허위 표기 논란이 1년도 지나지 않아 재발한 것이어서 충격을 더한다.
당시 무신사는 덕다운과 캐시미어가 포함된 7968개 상품을 전수조사해 문제 상품의 판매 중단과 환불을 진행했다.
[ⓒ 알파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