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LG전자, HBM 장비 시장 진출 가속도…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과 3파전 나서

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 내재화로 시장 패권 경쟁 본격화
28년까지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양산 검증(POC), 30년 사업화 나설 계획
조주완 CEO “차세대 HBM 생산 필수적…AI 인프라 지원 포트폴리오 확장”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10-05 13:24:26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LG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장비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차세대 HBM용 장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최근에는 반도체 패키징 본딩 장비 전문가 채용에 직접 나서며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한미반도체가 독점하고 있던 HBM 장비 시장에 한화세미텍에 이어 LG전자까지 진입하면서, 차세대 HBM 장비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3파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화세미텍. (사진=연합뉴스)


◇ 28년까지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양산 검증(POC), 30년 사업화 나설 계획

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생산 기술원 내에서 HBM용 본딩 구조 및 공정 프로세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핵심 공법과 장비를 개발할 전문가 채용을 진행 중이다.

해당 직무는 ▲본딩 장비 핵심 부품 개발 및 구조 설계 ▲반도체 장비용 ‘열 관리 솔루션’ 설계 ▲고속·정밀 모션 제어 ▲정밀 알고리즘 개발 등 전문 분야를 아우른다.

LG전자는 이미 지난 6월부터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국책 과제를 수행해왔으며, 이번 채용은 고속 및 정밀 본딩 기술의 내재화를 통해 사업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HBM에 사용되는 D램을 적층할 때 이를 하나로 연결하는 핵심 장비다.

현재 주력으로 사용되는 열압착(TC) 본더보다 한 단계 발전된 기술로, D램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범프(Bump)가 필요 없어 HBM을 더욱 얇게 만들 수 있다.

또한, 기존 TC 본더 대비 전력 효율, 처리 속도, 배선 밀도 측면에서도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6세대 HBM(HBM4)에, SK하이닉스가 7세대 제품(HBM4E)에 하이브리드 본더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HBM 핵심 장비인 TC 본더 시장은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한미반도체의 독주 체제에 가깝다.

LG전자는 이런 시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TC 본더를 건너뛰고 직접적으로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LG전자는 2028년까지 하이브리드 본더의 양산 검증(POC)을 완료하고, 2030년부터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LG전자의 HBM 장비 시장 진출은 기업간 거래(B2B)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과 AI 시대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조주완 LG전자 CEO. (사진=연합뉴스)

◇ 조주완 CEO “차세대 HBM 생산 필수적…AI 인프라 지원 포트폴리오 확장”

성장세가 둔화된 TV, 생활가전 등 기업간 소비자(B2C)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성이 높은 B2B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차세대 HBM 생산에 필수적인 전문 기술에 투자하여 AI 인프라 지원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며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시장은 올해 1억 9900만 달러(약 2770억 원)에서 2034년에는 약 7억 1300만 달러(약 993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15%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LG전자가 이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 경쟁 또한 이미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와 하이브리드 본더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며, 내년 초 2세대 장비 출시를 예고했다.

한미반도체는 1,000억 원을 투자하여 전용 공장을 건설하며 2027년 말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BESI, 싱가포르의 ASMPT 등 글로벌 기업들도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0년간 축적해온 반도체 장비 연구개발 경험과 반도체 후공정 업체에 대한 본더 공급 이력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또한, 통합 솔루션 제공 능력은 LG전자만의 차별화된 강점이다. AI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막대한 열을 식히는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과 생산 라인을 자동화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이 필수적이다.

이 두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LG전자는 본딩 장비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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