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거버넌스포럼 “대안없는 배임죄 폐지...주주권익 심각한 침해”

대안제시 없는 성급한 배임죄 폐지는 경영자들의 사익추구행위 조장

문선정 기자

press@alphabiz.co.kr | 2025-10-13 16:13:42

(사진=연합뉴스 제공)

 

[알파경제=문선정 기자] 한국기업거버넌트포럼(회장 이남우)은 13일 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의 기업인 ‘배임죄 폐지’방침에 대해 “대안 제시 없는 배임죄 폐지는 경영자들의 사익추구행위를 조장하고, 주주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에 대해 “과도한 경제형벌로 인해 민간의 창의적인 경제활동이 제약된다”며 상법상 특별배임죄와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럼은 “배임죄가 민간의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제약한다고 했으나, 지금도 선의의 경영자는 배임죄로 처벌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법원은 이미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확히 해 합리적인 이용 가능 범위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기업의 이익을 위해 신중하게 판단한 것이라면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임죄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럼은 “배임죄는 경영상 판단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불법행위를 처벌함으로 기업과 주주를 지키는 수단”이라며 “지금도 선의의 경영자는 배임죄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포럼은 “그동안 형사상 배임죄의 처벌은 경영자들의 사익추구 등 주주권익 침해행위에 대한 중요한 통제 수단이 되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럼은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아들에게 회삿돈 45억을 빌려준 사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가족을 통한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부동산 취득을 위한 계열사 연대보증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배임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포럼은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배임죄를 대신할 구체적인 연구나 입법례도 찾기 어렵다”며 “정부 스스로 그 동안 형사처벌로 방지하던 배임행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배임죄가 폐지된다면 규제공백이 불가피 하다며 지금의 제도로 배임행위를 민사책임으로만 방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함을 지적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배임 관련 1심 판결은 연평균 3,300건에 이르지만 보통 소수주주가 진행하고 있는 대표소송은 연간 6건 남짓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포럼은 "소수주주는 소송비용 부담이 크고 회사 내부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워 배임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포럼은 배임죄 폐지를 논의하기에 앞서 민사적 통제수단을 강화해야 한다며 ▲대표소송의 활성화를 위해 제기 요건 완화 ▲소송제기 단계부터 소송비용의 회사 부담 ▲회사가 가진 증거를 주주들이 소송에서 제시 가능토록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법원의 책임감면 제한 ▲배임행위에 대한 높은 비율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차명재산 조사권을 소송 제기 주주들에게 부여 ▲실효적 강제집행이 가능한 재산조회절차 등 7가지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또 대만의 증권선물투자자보호센터(SFIPC) 준공공기관이 일반 투자자를 대신해 대표소송, 이사해임소송, 손해배상소송 등을 제기하는 것처럼 SFIPC모델이나 미국식 소송펀드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포럼은 “정부 발표가 상법 개정 이후 경영자들을 달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며 “배임죄 형사처벌은 소수주주 보호와 맞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이어“충분하고 실효적인 대체수단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성급한 배임죄 폐지발표는 과거의 배임행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미래 배임행위자에게는 용기는 주는 것”이라며 “배임죄 폐지는 상당한 기간을 두고 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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