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기자
sitory0103@alphabiz.co.kr | 2026-05-07 13:14:10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총파업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예고되어 있다. 12만 조합원의 생존권과 한국 경제의 심장부인 반도체 전선의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시점이다.
그러나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투쟁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결연한 연대의 함성이 아닌 동료를 향한 섬뜩한 낙인찍기와 배제의 언어들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보여준 최근 행보는 노동운동이 비판해온 권위주의와 불통의 그림자를 빼닮았다. <2026년 5월 7일자 삼성전자 총파업 앞두고 노노 갈등 격화…법적 분쟁 번지나 참고기사>
◇ 노동운동의 아픈 유산, ‘낙인찍기’의 부활
노동조합은 자본의 독점에 맞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민주주의의 보루’다. 그 힘은 위원장의 권위가 아니라 구성원간 치열한 토론과 수평적 연대에서 나온다.
사업부별로 다른 성과급 체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조합원의 목소리는 분열이 아니라 마땅히 수렴돼야 할 현장의 목소리다. <2026년 5월 6일자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거버넌스포럼 "주식보상 중심 개편해야" 참고기사>
이를 어용이나 프락치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재단하는 순간, 노조는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는 조직이 아닌 위원장 1인의 뜻을 관철하는 사조직으로 전락한다.
민주라는 이름을 내걸고 행해지는 반민주적 숙청은 과거 노동운동의 어두운 유산인 내부 검열의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동료를 적으로 돌리는 리더십 아래서 어떤 투쟁의 명분이 꽃필 수 있겠는가.
◇ 고립된 파업, 연대의 손길이 끊긴 이유
이번 파업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단순히 45조 원이라는 파격적인 요구액 때문만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투쟁의 과정에서 보여준 리더십의 빈곤에 있다. 제3 노조인 동행 노조와의 갈등을 법적 분쟁으로 비화시킨 편협함은 삼성 노조를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로 몰아넣고 있다.
노동계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야 할 재야 시민단체나 타 기업 노조들 사이에서도 지지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내부 민주주의조차 지켜내지 못하는 조직의 투쟁에 연대할 시민사회는 없다.
내부의 다른 목소리도 포용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사측과 대중을 설득하겠느냐는 비판은 뼈아프다.
삼성 노조는 사측과의 전쟁에서 이기기도 전에 도덕적 정당성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스스로 내던진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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