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기자
ababe1978@alphabiz.co.kr | 2026-05-12 12:49:27
[알파경제=김지현 기자] 가상자산 업계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과잉 규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000만 원 이상의 가상자산 거래가 발생할 경우 의심거래보고(STR)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조항이 거래소들의 목을 조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업계가 보여준 처참한 수준의 내부통제 부실을 고려하면 금융당국의 촘촘한 규제는 거래소들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자율에 맡겼더니 사각지대 방치…FIU "더 이상 자정 능력 신뢰 못 해"
가상자산 업계는 새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권고하는 '위험기반접근(RBA)' 원칙을 훼손한다고 항변한다. 거래소가 자체적인 위험 평가 모델을 통해 의심 거래를 선별해야지, 당국이 1000만 원이라는 일률적인 기준을 강제하는 것은 퇴행적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FIU 등에 따르면 그동안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자율적인 위험 평가 및 STR 보고 권한을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수조 원의 자금이 오가는 시장 규모 대비 실제 보고된 의심 거래 건수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 규제라는 명목 아래 수많은 자금세탁 의심 자금과 불법 자금이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다는 뜻이다. 결국 1000만 원 이상 거래에 대해 현미경 잣대를 들이대기로 한 것은, 더 이상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자체적인 자정 능력과 내부통제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는 금융당국의 최종적인 결론이 반영된 조치로 읽힌다.
◇ 수수료 잔치 벌이곤 "비용 부담" 읍소…특혜 사업자 꼬리표 떼야
거래소들은 STR 보고 대상을 확대할 경우 연간 보고 건수가 500만 건 이상으로 폭증해, 인력 확충과 관련 시스템 재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 금융권의 시각에서는 어불성설에 가깝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이미 매년 수백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자금세탁방지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전담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느슨한 규제 환경 속에서 천문학적인 수수료 수익을 올리면서도 정작 금융회사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통제망 구축에는 인색했던 거래소들이 이제 와서 규제 비용을 탓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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