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성 기자
star@alphabiz.co.kr | 2025-11-02 12:39:01
[알파경제=박병성 기자] LA 다저스의 투타 겸업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부진한 투구를 선보이며 팀의 준우승 위기를 자초했다. 오타니는 2일(현지시각)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선발 투수 겸 1번 타자로 출전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을 보였다.
이날 경기는 다저스에게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5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린 다저스는 6차전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호투와 불펜진의 총력전으로 어렵게 승리를 거두었다. 이에 따라 7차전 선발 투수로는 오타니가 등판하게 되었다. 당초 7차전 선발 투수는 타일러 글래스노우로 예상되었으나, 6차전 막판 마무리 투수 사사키 로키가 흔들리자 다저스는 글래스노우를 구원 투수로 투입했다. 이로 인해 3일 휴식 후 등판하게 된 오타니가 7차전 선발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의 '오타니룰'로 불리는 규정 또한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 규정에 따르면 오타니가 불펜 투수로 등판할 경우, 투구 후 타석에 다시 설 수 없다. 오직 선발 투수로 등판해야만 교체 후에도 타석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 때문에 다저스 감독 데이브 로버츠는 재활 후 등판하는 오타니를 '오프너'로 활용하며 짧은 이닝만 소화하게 했던 것이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이 규정은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결국 오타니는 7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했지만, 포스트시즌 누적 등판 및 출장으로 인한 피로 누적과 7차전까지 이어진 월드시리즈, 그리고 18이닝 연장 혈투까지 경험한 상황에서 3일 휴식 후 등판은 최상의 컨디션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경기 초반부터 오타니의 구위 저하는 뚜렷했다. 1회말 첫 타자 조지 스프링어에게 3연속 변화구를 던졌으나, 이후 안타를 허용하고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2회에는 선두타자 보 비셋과 애디슨 바저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고, 이후 다시 안타를 허용하며 만루 상황에 이르렀으나 삼진으로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결정적인 순간은 3회에 찾아왔다. 선두타자 스프링어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한 뒤, 희생번트로 주자를 3루까지 보냈다. 이후 게레로 주니어를 고의 4구로 걸렀으나, 다음 타자 비셋에게 88.7마일(약 142.7km)의 슬라이더를 던지다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며 0-3으로 리드를 빼앗겼다. 홈런을 허용한 직후 오타니는 고개를 숙이며 마운드를 내려갔고, 다저스 벤치는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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