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 Lee 특파원
hoondork1977@alphabiz.co.kr | 2023-05-09 12:15:25
[Alpha Biz=(Chicago) Reporter Paul Lee, 김민영 기자] 밥 아이거가 디즈니 최고경영자로 다시 돌아온 지 6개월이 지났다.
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밥 아이거는 우선 디즈니 파크·체험·제품의 회장 조시 디마로와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 있는 디즈니랜드와 캘리포니아 어드벤처 공원을 나란히 걷는 일로 복귀 후 업무를 시작한 바 있다.
아이거 CEO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장기간 디즈니를 이끌며 인수합병과 사업 확장을 통해 큰 폭의 성장을 이끌었다. 2020년 사임하며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지난해 11월에 CEO로 복귀했다.
아이거가 지난해 11월에 밥 체이펙으로부터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받아 디즈니에 CEO로 다시 합류했을 때, 소셜 미디어에서 공개적으로 체이펙을 비판한 디즈니파크 충성자들에 의해 엄청난 환호를 받기도 했다.
◇ 아이거, 후계자 밥 체이펙의 실수 바로잡기
아이거가 은퇴를 취소하고 디즈니 최고경영자로 복귀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복귀 이유는 직접 지목한 후계자 밥 체이펙이 저지른 잘못된 경영적 판단에 따른 실패들을 바로잡기 위함이었다.
아이거의 첫째 목표는 디즈니 테마파크 간 브랜드 연결성을 회복하고 고객의 믿음을 회복하는 일인 것으로 전해진다.
디즈니파크 충성고객의 인식에는 전임 CEO 체이펙에 대해 ‘비지니스 우선, 고객 마지막’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체이펙발 가격상승과 서비스 감소는 디즈니 충성고객들에 ‘마법이 사라졌다’는 식의 당황스러움을 안겨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아이거는 복귀 직후부터 미국 내 디즈니파크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디즈니월드, 연례입장권 서비스 재개
우선 디즈니는 더 이상 월트 디즈니 월드 리조트의 야간 셀프 주차 요금을 청구하지 않는다.
아울러 월트 디즈니 월드 연간 이용자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예약 없이 오후 2시 이후에 테마 파크를 방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디즈니의 지니플러스 기획과 놀이기구 예약 서비스 이용 손님들을 위한 놀이기구 위 사진들의 무료 디지털 다운로드도 개시한다.
아이거는 캐릭터들의 만남과 인사가 다시 강화했고 새로운 디즈니 캐릭터들이 추가하는 조치를 취했다.
아이거는 또 디즈니 월드의 연례 입장권 서비스를 다시 재개했다.
아이거는 지난 3월 컨퍼런스 콜에서 "이익을 늘리려는 우리의 열정으로 인해 (테마파크) 가격 책정에 다소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던 것 같다“고 전제한 뒤 ”사업을 계속 성장시키되 접근성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가격에 대해 더 현명하게 생각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키뱅크의 수석애널리스트 브랜든 니스펠은 “티켓 가격 인하가 보편적 승리는 아니다”라면서 “어떤 사람들은 저렴한 입장료에 환호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덜 비싼 티켓이 그들과 함께 가져오는 많은 인파에 대해 불평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아이거, 플로리다 주지시와의 싸움도 숙제
디즈니 월드의 테마 파크 구역을 인수 시도했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아이거의 숙제다.
지난달 유력대선 후보인 디샌티스 주지사를 정치보복성 불법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이유로 고소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해당 법적 소송은 디즈니와 디샌티스 사이의 1년 이상 해묵은 불화의 결과인 것으로 전해진다.
플로리다주는 지난해 3월 공립학교에서 저학년 학생들에게 동성애와 같은 성 정체성에 대해 교육하는 것을 제안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돈 세이 게이(Don't say gay) 법’이다. 밥 체이펙 당시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다가 직원들이 항의하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주정부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디즈니가 플로리다주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이용해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디즈니는 잘못된 싸움 상대를 골랐다”고 말했다. 이후 디즈니에 1967년 부여했던 디즈니월드 부지 개발·관리 권한 및 세금 혜택을 철폐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플로리다주는 1967년부터 디즈니월드를 특별행정지구로 지정하고 실질적인 개발·허가권을 디즈니에 줬는데 이 권한을 사실상 없앤 것이다.
◇ 대중국 사업 회복도 관건...아이거 복귀 이유 중 하나
디즈니와 중국 사이 관계는 아이거가 돌아오기 전 크게 악화됐다.
체이펙 전 CEO는 지난 해 중국에서 디즈니 산하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닥터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 개봉이 무산되자 "중국 없이도 디즈니 경영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하며 관계 악화에 더욱 불을 지폈다.
당시 중국 언론은 체이펙의 발언을 두고 “디즈니 CEO가 그렇게 말한다면 디즈니 영화를 시청하지 않는 것으로 갚아주겠다”는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이용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시장에서 큰 이윤을 내는 디즈니가 중국을 무시한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디즈니는 이후 중국 당국이 ‘토르:러브앤썬더‘, ‘버즈 라이트이어‘ 등 작품을 성소수자가 등장한다는 등 이유로 문제삼자 스스로 중국 개봉을 취소하기도 했다.
반면 아이거가 경영에 복귀한 이후 디즈니의 대중국 경영 전략에 변화가 찾아왔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디즈니+를 통해 홍콩에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심슨가족은 최근 중국에 비판적 내용을 담은 에피소드를 홍콩에서 상영하지 않았다.
또한 아이거 CEO의 복귀 이후 지난해 12월 개봉한 '아바타2:물의 길'을 시작으로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 등 마블스튜디오 영화도 중국에서 잇따라 개봉한다.
최근 중국에서 디즈니가 보여주는 행보는 그의 복귀와 관련이 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바라보고 있다.
◇ 디즈니파크, 가장 중요한 사업...아이거 운영에 이목 집중
전임CEO인 체이펙이 디즈니를 떠나기 직전인 2022년 11월 초까지 디즈니 주식은 1년 전보다 약 50% 하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알려진 바, 디즈니는 수익과 수익 성장이 둔화되고 디즈니파크의 수익 마진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흔히 겪는 내부 정치를 막고 디즈니파크의 활력을 높이는 것이 아이거에게 매우 중요한 숙제로 다가왔다.
노력의 결과, 디즈니파크의 견실한 성장은 아이거 복귀 이후 첫 분기 동안 회사의 저조한 비디오 스트리밍과 영화 성과를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 기간 동안 공원과 경험 및 제품 부문의 매출은 21% 증가한 반면, 디즈니의 영화 사업을 포함하는 부문의 매출은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파크사업은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처럼 디즈니파크가 창출하는 매출의 규모 때문에 아이거의 운영 방식에 시장의 모든 이목이 집중돼 있다.
아이거도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는 손님들의 피드백을 듣고 있으며 그들의 경험의 질과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월드디즈니 월드에 대한 몇 가지 큰 업데이트 발표 등 운영방식 개선은 내년까지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월트 디즈니는 조만간 2분기 실적을 발표 예정이다. 지난 8일 캘리포니아 버뱅크에 기반을 둔 디즈니의 주가는 거의 3%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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