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혜영 기자
kay33@alphabiz.co.kr | 2024-10-06 12:34:01
[알파경제=차혜영 기자]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는 고려아연 노조의 강력한 반대와 핵심 기술인력의 이탈 가능성으로 인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고순도 황산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서 비롯된다.
◇ 노조, MBK파트너스 본사 앞 시위…”약탈적 공개매수 중단해야”
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황산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고순도 황산은 반도체의 성능과 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최대 고순도 황산 생산시설인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는 연간 140만 톤의 황산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상당량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생산능력 확대 계획으로 인해 황산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MBK파트너스의 인수 시도에 대한 고려아연 노조의 격렬한 반대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노조 조합원들은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약탈적 공개매수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고려아연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기술인력들이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 시 집단 퇴사를 예고하면서, 반도체 황산 생산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은 2년 전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발생했던 반도체 황산 공급 차질을 연상시키며,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 GDP의 약 6%, 전체 수출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고려아연으로부터의 황산 공급을 줄이고 대체 공급처를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를 둘러싼 이런 복잡한 상황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 유지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향후 전개 상황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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