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케미칼·호텔롯데·롯데건설 등 총동원된 '총수 방어'
법원 "개인 비리 방어 비용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한 건 위법"
'투명한 기업 운영' 외치던 롯데, 뒤에선 계열사에 비용 전가 구태
박남숙 기자
parkns@alphabiz.co.kr | 2026-04-19 12:22:31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박남숙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자신의 개인적인 형사 재판을 위해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 10곳의 자금 60여억 원을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법원은 기업 경영을 위한 정당한 비용이 아닌 총수 개인을 위한 ‘사적 유용’으로 규정하며 법인세 비용 처리를 전면 금지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법조계 및 재계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건설, 롯데물산, 롯데정보통신(현 롯데이노베이트), 롯데알미늄, 롯데칠성음료, 롯데지알에스, 대산연합 등 롯데그룹 10개 계열사가 제기한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계열사는 신 회장이 과거 국정농단 사건과 경영비리 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총 64억 원에 달하는 변호사 선임료를 나눠 분담했다.
분담금을 롯데 측은 회사의 업무 수행과 관련된 지급수수료로 회계 처리해 법인세를 감면받으려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법원이 엄격한 잣대로 심판하면서 롯데 측의 꼼수가 먹혀들지 않게 됐다.
재판부는 "해당 변호사 비용은 신 회장 개인의 형사상 방어권 행사를 위해 지출된 것일 뿐, 각 계열사의 수익 창출이나 사업 유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횡령·배임 및 뇌물공여 등 신 회장이 받은 혐의들이 계열사들의 이익이 아닌 총수 개인의 지배권 강화나 사익 편취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번 판결로 롯데그룹은 이른바 ‘총수발(發) 위험 요소’를 계열사에 전가하는 고질적인 재벌 경영의 병폐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사진=연합뉴스) 최재근 J&K법률세무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알파경제에 "주주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장사들이 총수의 개인 법률 비용을 대납하고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까지 줄이려 한 것은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 심각한 결함"이라며 "이번 판결은 기업의 돈을 총수의 쌈짓돈처럼 여기는 행태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롯데쇼핑을 비롯한 10개 계열사는 부당하게 공제받았던 법인세를 추징당하게 되었으며, 향후 주주들에 의한 배임 혐의 제기 등 추가적인 후폭풍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롯데가 대외적으로는 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의 투명 경영과 기업 구조 개선을 강조해왔지만, 실상은 총수 한 명을 위해 다수의 계열사가 동원되는 전근대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