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 기자
hera20214@alphabiz.co.kr | 2025-05-16 12:15:31
[알파경제=류정민 기자] 삼양식품이 60여 년간 지켜온 성북구 하월곡동 시대를 마감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밀집한 서울 명동으로 본사를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는 '불닭볶음면'으로 세계 라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양식품이 해외 진출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징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16일 복수의 유통·부동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양식품(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은 명동역 인근 부지를 확보하고 본사 업무용 빌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향후 이곳은 해외 사업 및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61년 창립 이후 60여 년간 하월곡동에 터를 잡아온 삼양식품의 본사 이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급증세와 맞물려 상징성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공격적인 확장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340억 원, 매출 5,290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67%, 매출은 37%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4,24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했다.
작년 2분기 3,000억 원을 돌파한 지 불과 세 분기 만에 4,000억 원 선을 넘어선 것이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확산세가 이러한 실적을 견인했다.
미국 법인 '삼양아메리카'는 1분기 매출 9,100만 달러(약 1,271억 원)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월마트 전 점포에 입점하며 닛신, 마루찬 등과 함께 라면 매출 상위권에 올랐고 크로거, 타겟 등 미국 내 주요 유통망으로도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법인도 매출 1,182억 원(6억 1,000만 위안)으로 22% 성장했으며 작년 설립된 유럽 법인은 250억 원(1,600만 유로) 매출을 기록하며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삼양식품의 본사 이전은 브랜드의 세계화 거점을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명동에 본사를 둠으로써 글로벌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한편 삼양식품은 경영 체제 개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지주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삼양식품 본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는 관세 이슈 등 글로벌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급성장 중인 해외 사업 확장을 직접 챙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명동 이전은 글로벌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자 불닭 브랜드를 '글로벌 K-푸드'로 확실히 각인시키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실적뿐 아니라 브랜드 중심 전략에서도 삼양식품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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