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김앤장 출신 법조인 CEO 전성시대…’양날의 칼’ 우려도

두나무 오경석, 쿠팡 강한승, NC 박병무 등 김앤장 출신
”정관계 네트워크 및 전문성 갖춰…기존 구성원과 갈등도”

김영택 기자

sitory0103@alphabiz.co.kr | 2025-06-29 12:43:01

 

(사진=김앤장 법률사무소)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법조인 출신 CEO(최고경영자)를 선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 김앤장 출신 법조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가운데, 이는 탁월한 법률지식 및 규제 대응 능력 덕분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위 공직자, 판·검사 출신 인사가 다수 포진한 로펌에서 근무했던 이들이 끈끈한 사회적·인적 네트워크를 활용, 문제를 해결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시 말해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낮아 기존 구성원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경영능력도 검증 받지 못해 한계에 직면한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오경석 두나무 신임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 두나무 오경석, 쿠팡 강한승, NC 박병무 등 김앤장 출신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업비트)는 김앤장 변호사이자, 판사·회계사 출신인 오경석 CEO를 선임했다.

오는 7월 1일 취임하는 오 대표는 법률 및 회계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현재 두나무는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역외탈세 혐의로 특별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석우 대표가 임기 1년 반이나 남겨둔 상황에서 오 대표로 전격 선임된 건 두나무가 직면한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라는 평가다. <2025년 5월 29일자 이석우 두나무, 일신상의 이유로 8년만 사임…새 대표에 오경석 참고기사>

 

오 대표의 경우 두나무의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 분야 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또 강한승 쿠팡 대표 역시 김앤장 변호사 출신으로 지난 2020년 각자대표 체제로 영입됐다. 그는 쿠팡 내 법무뿐 아니라 경영관리까지 담당했다.

무엇보다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서울고등법원 판사, 국회 파견 판사, 주미대사관 사법협력관 등을 두루 거쳤다.

게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호형호제 막역한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2025년 5월 27일자 [현장] 윤석열 ‘호형호제’ 강한승 대표, 美 쿠팡Inc로 2선 후퇴…배경은? 참고기사>
 

쿠팡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 신속히 조직을 재정비했다. 강 대표는 모회사인 쿠팡Inc.로 자리를 옮겼고, 박대준 대표 단독 체제다.

쿠팡은 최근 길진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국회 대관 담당 임원(전무급)으로 영입했다.

또 엔씨소프트 박병무 대표 역시 김앤장 출신이다. 그는 인수합병(M&A) 전문가로 ‘미다스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엔씨소프트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며, 소방수 역할을 맡고 있다.

엔씨소프트 한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법조인 출신으로 전문성을 갖춘 분”이라면서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우수하고,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유진그룹 계열 동양은 신임 대표에 박주형 전무를 선임했다. 박 대표는 김앤장과 맥킨지앤컴퍼니에서 전략 컨설팅 관련 업무를 맡은 바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 민정수석으로 발탁된 봉욱 변호사 역시 김앤장 출신이다. <2025년 6월 29일자 봉욱 전 차장검사, 대통령실 민정수석 후보…막바지 인사 검증 중 참고기사>

 

(사진=연합뉴스)

◇ ”정관계 네트워크 및 전문성 갖춰…기존 구성원과 갈등도”

한치호 경제평론가이자 행정학 박사는 “법조인 출신 CEO는 복잡한 법률 문제나 정부 규제 대응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김앤장 출신들은 국내외 기업법이나, 공정거래, M&A, 금융, 조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정관계 네트워크가 우수해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법조인 출신 CEO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영업, 마케팅, 제품 기획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나 경험이 부족하고, 현장 감각이 떨어져 제조업 분야에서는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기업 한 관계자는 “법조인 출신 C레벨은 보수적이고, 변화에 둔감해 기존 기업문화나 구성원과의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또 내부 승진이 아닌 외부 영업이어서 조직 내 마찰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적 안정성이나 절차적 정당성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지만, 아무래도 리스크 관리를 마친 뒤 거취 변화가 잦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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