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은행권, 반년 만에 주담대 만기'40년→30년→40년'

김혜실 기자

kimhs211@alphabiz.co.kr | 2025-03-10 04:50:07

[알파경제=김혜실 기자] 작년 하반기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 명목으로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줄였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 분위기와 함께, DSR 규제를 피하기 위해 주담대 만기를 늘리는 방식을 꼼수처럼 이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하지만 반년이 채 안돼 시중은행들이 속속 다시 만기를 40년으로 연장하고, 대출금리를 인하하면서 가계대출 빗장을 풀고 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 우리은행·신한은행, 주담대 만기 40년으로 재연장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주담대 최장 대출 기간을 기존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린다.
다른 은행에서 받은 대출을 우리은행 상품으로 갈아타는 ‘우리WON주택대출 갈아타기’의 경우 지역에 관계없이 최대 40년까지 상환할 수 있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달 20일부터 수도권 외 주담대에 한정해 대출 기간을 30년에서 40년으로 늘렸다. 
은행 창구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작년 하반기 주담대 만기 줄였는데...반년 만에 재연장
사실 이들 은행이 주담대 만기를 축소한 지는 6개월 여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KB국민은행이 최장 50년이었던 주담대 만기를 수도권 주택에 한해 30년으로 축소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바로 뒤이어 주담대 만기를 30년 이하로 제한했다. 이어 11월에는 NH농협은행이 주담대 만기를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했다. 
강화된 총부채원리상환비율(DSR) 규제에 주담대 만기 축소까지 더해 가계대출 총량을 잡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를 반영한 조치였다. 
사실 40년 이상 만기 주담대는 소득과 대출금리가 동일해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 대출 한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하는 DSR 규제를 피할 수 있어 대출규제 꼼수로 지적돼 왔다. 
사진= 연합뉴스

◇ 은행권, 주담대 금리인하도 잇따라...가계대출 증가 불가피
하지만 은행권에서 반년 만에 주담대 만기를 재연장하며 가계 대출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만기 연장과 함께 대출금리 인하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금융당국이 대출금리에 기준 금리 반영을 요구하면서 주담대 금리 인하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우리은행은 주택을 한 채 이상 보유한 고객의 수도권 추가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취급을 재개하고, 주담대 5년 변동금리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NH농협은행도 비대면 주담대 상품 금리를 0.2%포인트 내렸고, 하나은행 역시 대면 주담대 가산금리를 0.15%포인트 인하한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도 대출 금리 인하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 가계대출 증가세 심상찮아...주담대 급증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36조 7519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 931억원(0.4%) 늘었다. 지난해 9월 5조 6029억원이 증가한 이후 최대치다.
특히 5대 은행의 2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전월 대비 3조 3835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중단했던 대출 빗장이 올해 풀리면서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예상치인 3.8%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은행권에서는 금리인하와 대출총량 유지라는 엇박자 주문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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