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韓 경제, 퍼펙트스톰 상태…회색 코뿔소 위기 직면"

이형진 기자

magicbullet@alphabiz.co.kr | 2025-12-29 11:46:49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형진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는 29일 한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복합 위기 상황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예견된 위험을 방치한 '회색 코뿔소'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전날 지명된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우리 경제, 우리 사회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자는 "지금 우리 경제가 단기적으론 퍼펙트스톰 상태"라며 "불필요한 지출을 찾아내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경제 상황을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위기"로 규정하며 "고물가와 고환율의 이중고가 민생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이슈로 인구위기, 기후위기, 극심한 양극화, 산업과 기술의 대격변, 지방소멸 등 5가지를 꼽았다.

그는 이를 '회색 코뿔소'에 비유하며 "갑자기 어느 날 불쑥 튀어나와서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드는 '블랙스완'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모두 알고 있고 오랫동안 많은 경보가 있었음에도 무시하고 방관했을 때 치명적 위협에 빠지게 되는 '회색 코뿔소'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회색 코뿔소는 미국 경제학자 미셸 워커가 2013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발생 가능성이 높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지만 적극적 대응을 하지 않아 큰 위기나 손실이 발생하는 사건을 뜻한다.

이 후보자는 내년 1월 2일 출범하는 기획예산처의 역할에 대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기획 컨트롤타워"라며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서 더 멀리 더 길게 보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해 기획처가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획과 예산을 연동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국민의 세금이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게 하고, 그 투자가 또다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전략적 선순환을 기획처가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을 거쳐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보수 진영 출신이다.

이재명 정부가 보수 성향 경제 전문가를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한 것은 파격적 인사로 평가된다.

이날 현장에서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한 질문이 나왔으나 이 후보자는 "언제 한 번 그 얘기만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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