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숙 기자
parkns@alphabiz.co.kr | 2025-05-20 07:00:56
[알파경제=박남숙 기자] 지난주 무디스(Moody's)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하향 조정하여 ‘Aa1’로 변경했다.
이로써 미국은 세 주요 신용평가사(S&P, Fitch, Moody’s) 모두로부터 ‘AAA’ 등급을 상실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배경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먼저, 지속적인 재정적자와 증가하는 정부 부채로 인해 미국의 연방 부채는 36조 2천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미국 GDP 의 약 124%에 해당한다.
둘째, 높은 이자 지출로 인해 연간 순이자지출이 지속적으로 국방 예산을 상회하고 있다.
셋째, 정치적 교착 상태로 인해 연방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장기적인 조치에 대한 정치적 합의의 부재가 지적되었다.
사실, 무디스는 지난 2023년 11월 미국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하면서 등급 강등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강등 이후에도 무디스는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미국 경제의 구조적 강점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강등 발표 직후 미국 주식 선물과 국채 수익률은 일시적인 변동을 보였으나, 전반적인 시장 반응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 美 달러화 'U'자형 반등 예상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등급 강등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며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신용등급 강등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각 시기마다 대외 여건과 시장 기대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고 해석했다.
미 달러화와 달러/원 환율이 과거 두 차례 강등 이후 모두 상승했다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그 배경과 동인은 상이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단기적으로는 등급 강등 자체보다는 대내외 거시 환경 변화에 환율이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 달러화는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경기 둔화에 따라 2~3분기 중 약세를 보이다가, 4 분기 들어 관세 정책 불확실성 완화와 경기 회복 기대가 맞물리며 반등, 이른바 U자형 경로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원 환율은 미 달러 약세와 비(非)미국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 등의 영향으로 1300원 중반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나, 4분기에는 미 달러 반등과 함께 1400원 대로 재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유미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외 주요국들도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 재정 긴축 기조를 유지하던 독일도 최근에는 경기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 안보와 경기 방어를 위해 주요국들이 일제히 재정 확대에 나서는 환경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재정 불안만을 부각시키기보다는, 글로벌 차원에서의 재정 건전성 이슈를 부각시키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단기간에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금이나 유로, 위안화 등 대체 자산이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유동성과 신뢰 측면에서 달러의 지위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58%, 국제결제의 49%가 여전히 미 달러화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다극화 가능성이 논의될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달러의 우위가 유지될 것이란 판단이다.
김 연구원은 "미 달러화는 올해 2~3 분기 중 미국의 성장 둔화와 함께 주요 선진국과의 펀더멘털 격차가 축소되며 약세 흐름에 머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하반기 후반으로 갈수록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미국 내 신산업 투자 사이클이 재개될 경우, 경기 회복 기대와 함께 달러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 관세 불확실성 해소와 감세 규모 억제시 증시 호재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벤트가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트리거가 되려면, 이벤트가 참신하거나 이벤트를 수습할 주체가 힘이 없어야 하는데 두 조건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먼저,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2011년 S&P, 2023년 피치가 이미 미국 신용등급을 낮춘 상태에서 무디스가 막차를 탔다.
다음으로 첫 신용등급 강등이 시장을 흔든 2011년에 오바마 정부는 여소야대 상태에서 사실상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 없었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공화당 내부에서 재정정책에 이견이 있는 것이지 정국 주도권은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기태 연구원은 "한 달간 상승세가 지속된 자산(=미국/한국 주식) 가격 조정의 명분은 될 수 있으나, 폭과 기간은 제한적"이라며 "리스크오프(Risk-Off) 이벤트가 아니므로 외환시장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펀드 내 신용물 등급은 Aaa와 Aa1 취급이 상이하지 않아 크레딧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진단이다.
지출 조정 진행 과정 보면서 장기금리는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
KB증권에 따르면, 2011년에 S&P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2023년 피치도 비슷한 관점이었지만, 정책 신뢰성 약화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할 잠재 위험이라고 언급했다.
이번에 무디스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인정하면서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에서 급격하게 이탈하면 금리가 더 높아져서 이자 부담이 현재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할 대체 통화가 명확하지 않아서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고 보지 않는다 했지만, 마침 달러와 미국 국채가 모두 하락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
이런 언급은 경고의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연구원은 "신평사들의 평가처럼,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글로벌 무역과 결제에서 달러의 높은 비중, 국제 무역 계약 관행 등을 이유로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금이나 독일 국채 등이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나눠 가질 가능성은 있다.
이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질 때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미국주식과 달러의 상관계수가 양 (+)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김일혁 연구원은 "장기 관점에서 통화 헤지 수요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며 "그러나 관세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지는 걸 막고 공화당의 감세 영구화를 주저하게 만든다면 미국주식에 중단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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