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식 기자
ntaro@alphabiz.co.kr | 2025-09-23 11:38:37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종합병원과 대형학원을 운영하는 재력가들이 금융전문가들과 손잡고 1년 9개월간 주가조작을 벌여 400억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적발됐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참여하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초부터 현재까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은밀하게 주가를 조작한 작전세력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출범한 합동대응단이 공개한 첫 대형 사건이다.
합동대응단에 따르면 종합병원, 한의원, 대형학원 등을 운영하는 사회적 명망가들이 금융회사 지점장, 사모펀드 전직 임원 등과 공모해 조직적으로 주가조작을 자행했다.
이들은 법인 자금과 금융회사 대출 등을 통해 약 1000억원 규모의 시세조종 자금을 마련한 후 거래량이 적은 특정 종목들을 집중 공략했다.
작전세력은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수십 개 계좌로 분산 매매를 실시하고 자금 흐름을 은폐했다. 또한 주문 IP를 조작하거나 경영권 분쟁 상황을 이용하는 등 고도로 지능적인 수법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수만 건의 가장매매와 통정매매 주문을 쏟아내 해당 종목들의 주가를 조작 전 대비 약 2배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들은 1년 9개월 동안 거의 매일 주가조작을 실행해 시세차익 230억원을 포함해 총 40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현재도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약 1000억원 상당으로 파악된다.
합동대응단은 혐의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해 핵심 증거를 확보했다. 동시에 증권선물위원회는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주가조작에 사용된 수십 개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시행했다. 이는 올해 4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가 실제 적용된 첫 사례다.
지급정지 조치는 혐의자들의 자산을 동결해 불법이익 은닉을 차단하고 향후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선제적 조치다.
합동대응단은 "진행 중이던 주가조작을 즉각 중단시키고 범죄수익의 추가 확산을 방지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추가 조사를 마무리하고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또한 금융투자상품 거래 및 임원 선임 제한 등 신규 행정제재를 적극 적용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시장에 '주가조작은 곧 패가망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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