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나 기자
star@alphabiz.co.kr | 2025-09-16 11:45:58
[알파경제=김다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씨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복수국적자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국가에 대한 의무를 선택한 것으로, 재계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이씨는 1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기지사령부에서 열린 입영식에 참석하며 139기 해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입영식에는 모친인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과 여동생 원주씨가 함께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이지호씨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해군 입대를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씨는 앞으로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11주간의 교육훈련을 받은 뒤 오는 12월 1일 해군 소위로 임관할 예정이다. 보직은 통역장교로 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기간과 임관 후 의무복무 기간을 합쳐 총 39개월간 군 복무를 하게 된다.
2000년 미국 뉴욕에서 출생한 이씨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였다. 일반적으로 복수국적자는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면제받거나, 복무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일반 병사로 입대해 복수국적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씨는 복무기간이 긴 장교를 선택하면서 미국 시민권까지 포기했다. 복수국적자가 장교로 복무하려면 외국 국적을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규정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주요 기업인 가문의 군 복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로 주목받아왔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창업주 가문은 5대에 걸쳐 해군 장교로 복무해온 전통이 있으며, 미국 록펠러 가문의 일원들도 장교로 복무하며 사회의 존경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가 2014년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자원 입대해 소말리아 아덴만 파병과 서해 북방한계선 경계 임무를 수행한 뒤 2017년 중위로 전역한 사례가 있다.
이재용 회장은 2020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4세 승계 포기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 오너 가문의 리더십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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